한 걸음 내딛는 것으로도

소심한 처방전 IV

by 왕고래



소심인에게 ‘우울’은 살면서 한 번쯤은 거치는 장마와도 같다.


소심인은 적요하고 차분한 환경을 선호한다. 따라서 사적인 공간도 이에 맞춰져 있다. 다만 이런 환경은 우울감이 장기간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한번 들어선 우울은 그것을 대번에 눈치채고 양말부터 벗는다. 드러눕는다.


그래서 잘 알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실체와 예방법을 공유한다. 이 글은 사견이 없는 순전한 정보 공유의 장임을 고백한다. 아, 의도는 있다. 꼭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




우울한 것과 슬픈 것은 다르다


이따금 ‘우울’과 ‘슬픔’을 동일 선상에 두곤 한다. 하지만 두 상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슬픔은 감정적 상태이다.


가령 애절한 영화를 보며 눈물을 쏟아낸다거나 친구에게 슬픔을 고백하는 것만으로 일종의 해소가 가능하며, 그 이면에는 기쁨을 담고 있다. 비 온 뒤에 날이 개듯 슬픔 뒤에는 어느 정도의 기쁨이 수반된다.


우울은 신체적 상태에 가깝다.


뇌에서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 본능과 수면 등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신체적 질환인 셈이다. 무기력함이 동반되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기본적인 능력에 대한 판단이 바뀐다. 점차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세수와 같은 간단한 일조차— 줄어든다. 우울증 검사 문항에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가 이와 같다.


우울증을 '생각만 바꾸면 되는' 의지력의 영역으로 보거나, 뜨끈한 쌍화탕을 마신 후 두꺼운 이불 밑에서 한숨 자면 나을 수 있는 일시적 컨디션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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