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의 뒷맛이 쎄한 이유

Prologue

by 왕고래


나쁜 것은 나쁘다.


분명하게 그렇다. 영화 속의 빌런부터 끔찍한 뉴스 기사까지, 그것들은 나쁨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 누구나 알아챌 수 있다. 그 경계를 구분하기도 수월하다.


말도 같다.


나쁜 말은 그 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욕이 섞인 거친 언행이나 노골적인 비난 등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뱉지 않는다. 나쁜 말 한마디가 천 냥 빛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널 위해 하는 말이야.”


문제는 나쁜지, 혹은 좋은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말들이다.


표면에 드러난 단어들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데 돌아서면 묘하게 불쾌하다. 분명 다정한 위로였는데, 집에 가던 길에 속이 뒤틀리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야.”


늦게 알아버렸으니 따로 반응하기도 애매하다.


문제없는 표면을 찢고 들어가서 그 의도를 잘게 따지려면 예민하고 속 좁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국 삼킨다. 애써 삼킨 그것은 상처가 된다.


이런 말은 '바늘'과 같다.


나쁜 말이 명치 어딘가에 과감하게 꽂히는 화살이라면, 이런 바늘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교묘한 속내를 숨기고 다가와 폐부 깊숙이 박힌다. 혈류를 타고 옮겨 다니며 이곳저곳에 불쾌한 뒷맛을 남긴다.


Gemini_Generated_Image_dw30iedw30iedw30.png



이 책에는 그 바늘이 모여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던 말.

친절하기에, 다정했기에, 가까워서, 사랑해서 더 아팠던 말들이 있다.


이 글로 인해 더 이상 가짜 위로에 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기를. 내가 이상한 게 아님을 알고, 편안하게 넘길 수 있게 되기를. 그런 말로 받았던 상처를 다독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돌아서며 삼켰던 불쾌함은 틀리지 않았다.


상처는 다정하게 온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