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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N Mar 27. 2016

05.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데티포스에 숨겨진 X파일..


 "멀더, 일어났나요? 일기예보에서 오후부터 날이 흐리고 비가 온다니 서둘러 출발해야겠어요."


 "난 벌써 차 시동 걸고 있어요. 당신만 타면 바로 출발 가능해요, 스컬리. 드디어 8살 때 외계인에게 납치된 여동생 사만다의 행방을 알지도 모를 진짜 실마리를 잡게 됐는데 내가 설마 늦잠이나 자면서 꾸물거리고 있겠어요?"




여동생의 행방을 찾으려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씁쓸함을 안고 FBI의 X-File 부서에서 손을 땐 멀더와 스컬리.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그들에게 13년 만에 멀더의 여동생 납치와 관련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에 관한 새로운 제보가 입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익명의 제보자가 보내왔다는 6초가량의 짧은 동영상에는 인간인 듯 인간 아닌, 속이 비칠 듯 핏기 없는 창백한 피부에 근육이 우락부락한 민머리 외계인이 빤스 하나만 걸친 채 폭포 옆에서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며 포효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찍혀있었다. 


익명의 제보자가 보내온 동영상 일부


말뿐이 아닌 동영상 제보인 데다가, 짧긴 하지만 영상에 포착된 존재는 물론 주변으로 보이는 장소까지 또렷하게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전문가들을 통해 제보된 영상이 조작된 것은 닌 것 같다는 확인도 거쳤다. 이제는 중년을 훌쩍 넘긴 멀더의 심장은 다시 희망으로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그 장소는 위성을 통해 교차 대조한 끝에, 바로 아이슬란드 북쪽 지역에 위치한 데티포스인 것이 확인되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멀더는 그 자리에서 아이슬란드행 비행기 티켓 두 장을 구입하고는 스컬리에게 전화를 걸어 무작정 동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틀 후, 아이슬란드 북부에 위치한 아퀴레이리에서 지금 막 데티포스를 향해 출발하려는 참이다. 그나저나 아퀴레이리는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하는데, 막상 와보니 20분이면 휙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스컬리가 서둘러 나와 차에 오른다. 출발이다.


동쪽 방향으로 두 시간 반쯤 달리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검은 자갈길이 나온다. 자갈의 크기가 작지 않은 데다가 군데군데 웅덩이들도 파여있어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몰더는 급한 마음에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그 바람에  차가 부서질 듯 요동치고, 자갈들이 사정없이 차체를 두드린다. 


 "멀더, 속도 좀 줄이면 안 되나요? 멀미는 둘째치고 허리 나가겠어요."


 "지금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어요. 자칫하면 단서는커녕 그곳에서 고립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요. 힘을 풀고 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겨봐요."


멀더의 고집을 익히 아는 스컬리는 이내 체념하고 창문 위에 달린 손잡이를 꽉 고쳐 잡는다.


그렇게 험한 비포장도로만 45분가량을 달려 데티포스 주차장에 도착.

동영상으로 얼핏 보기에도 폭포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한참 산을 타고 올라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4분 정도 걸어가니 데티포스의 어마어마한 위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검은 절벽을 따라 엄청난 소리를 내며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

그 아래서 낙차로 인한 물보라가 신비로운 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뭔지 모를 강렬한 태초의 에너지를 느끼며, 둘은 증거를 찾으러 왔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폭포의 자태에 넋을 놓고 빨려 들어간다.


문득 정신을 차린 스컬리가 멀더에게 말한다.


 "멀더, 정신 차리고 어서 증거를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스컬리에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멀더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제보받은 동영상을 재생해서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꼼꼼히 주위를 비교해가며 살핀다.


 "스컬리, 동영상에 나온 외계인이 저쪽쯤에 서있던 거 맞죠? 저리로 가봅시다."


둘은 외계인이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지점으로 가서 꼼꼼히 살핀다. 하지만 별다른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낙심하며 뒤돌아가려는 순간, 바로 뒤에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수상해 보이는 한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는 걸 보고 흠칫 놀란다. 수상한 남자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로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그들 앞에 쓱 내밀어 보인다. 


 "이게 뭐죠?"  


수상한 남자가 입을 연다. 느릿느릿하고 어눌한 말투다.


 "그들은 엔지니어입니다.. 이걸 보시면 다 아실 겁니다."


멀더와 스컬리는 수상한 남자가 내민 휴대폰을 받아 들고 화면에 있는 영상에 집중한다. 제보받은 6초보다 더 긴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데, 화질은 물론 카메라 워크며 앵글이 제보 영상 치고는 쓸데없이 고퀄이다. 화면 속의 외계인은 손에 들고 있던 뭔가를 입에 털어 넣더니 몹시 괴로워한다. 순간 그의 몸이 산산이 분해되더니 검은 가루가 되어 폭포에 휩쓸려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 타이틀이 뜬다.


P R O M E T H E U S




  수상한 남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없다.

멀더와 스컬리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돌처럼 굳은 채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다.

이윽고 멀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스컬리의 흔들리는 동공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스컬리..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스컬리도 멀더의 말에 동의하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폭포를 바라본다.

떨어지는 폭포의 우렁찬 소리가 멀더의 공허한 흐느낌을 집어삼킨다.

스컬리의 어깨도 파르르 떨린다.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오열하기 시작한다.


데티포스 너머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온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오프닝 장면을 패러디하고 있는 미친 감성의 여행 버디 알레흐 (Dettifoss, Iceland - Oc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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