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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31. 2018

밥상 차리는 여자

"와~ 맛있게 먹었어!"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하여 나는 오늘 같이 더운 날에도  뜨거운 가스레인지  앞에서 열심히 정말로 열심히 밥상을 차린다. 하루 세 번, 꼬박꼬박 밥상 차리는 것이 주업이 된 지 어느새 1년 하고도 반이 넘어가고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식사 후 설거지를 할 때면 다음 끼니는  또 무엇을 해 먹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그렇다고 1년 365일 그런 건 아니다. 정말 하기 싫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온 인상을 쓰며,
"우리 외식하자!" 그러면 우리 착한 남편,
"좋아, 좋아 뭐 먹고 싶어?"
간이 크지 않은 내가 말하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짜장면이나 햄버거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까지 나는 밥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나에게 시어머니는 아주 커다란 압력밥솥을 사 주셨다. 압력밥솥도 처음이고 이 인분 쌀을 넣으면 그저 밥솥 바닥에 깔리는 정도였다. 그러니 하루는 타고 하루는 설고.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나는 은행 문을 닫자마자  요리책을 펴 들었다.
"오늘은 뭘 해서 먹지?"
어떤 날은 그런대로 맛이 나다가도 어떤 날은 도대체 이게 뭔 맛?? 에미성에비성 없는 반찬을 모른 척
내놓아도 남편은 항상
"맛있어. 수고했어"
그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기 위하여 또 새로운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노력하다 보니 나는 요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은 집들이도 뷔페에서 하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것도 연립주택 방 한 칸에 살면서 우리의 신혼 집들이는 한 달 동안이나 이어졌다. 평일에는 할 수 없었기에 주말마다 남편과 나의
가족, 친구, 직장동료까지 따로따로 했다. 어디 집들이뿐이었겠는가? 첫아이 백일, 돌잔치까지!


내가 출근하려고 헤어 드라이라도 쓰려하면 주인 할머니는  문밖에서 소리치셨다.
"그 드라이 전기세 많이 나간다는데!"
그것조차 눈치를 봐야 했던 우리는 공용(?) 구간인 대청마루에서 주인인양 주말마다 파티(?)를 열었다.


그러니 요즘 밥 한 끼 하는 것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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