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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29. 2018

산사로 떠나는 가을 여행

수도암 인현왕후 길 청암사 직지사

호젓하고 고요한 산자락에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사는 그 어느 때보다 수려하다. 애달프게 떨어지는 낙엽비를 바라보며 싱그럽고 맑은 기운에 취하고 기나긴 세월의 흔적도 살펴보며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보는 가을 산사로의 여행은 지금이 딱이다.

수도암 전경


통일신라 헌안왕 3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는 수도암은 수도산(해발 1,317미터)의 상부에 있어 오르는 길이 다소 가파르기는 하나 아름드리나무가 줄지어 있어 입구부터 가을의 정취가 듬뿍 느껴진다. 생각했던 작은 암자가 아니다. 가을빛에 빛나는 단풍으로 둘러싸인 수도암의 단아한 모습은 맑고 상쾌하다.


수도암


대적광전에는 석굴암 본존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한 비로자나불 좌상과 약광전의 석불좌상, 삼층 석탑 등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  뜨락에서 바라보는 가야산의 연화봉은 마치 한 떨기 연꽃 같다. 


비로자나불 좌상 과 약광전의 석불좌상



삼층석탑 너머로 보이는 가야산의 연화봉


도선국사가 수도처로 이곳을 발견하고는 무수한 수행인이 나올 것이라 하여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7일 동안이나 춤을 추며 산과 도량 이름까지 수도산 수도암이라 하였단다. 아름다운 산사에 파묻혀 부처님 공부만 하였다면 어찌 도를 깨치지 못했을까?


수도암 측면


스님의 친절한 안내로 수도암 전경을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스님을 따라가는 좁은 산길에는 끝없이 쌓이는 나뭇잎이 푹신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곳에서 바라보는 수도암은 단풍에 파묻힌 청기와만이 반짝이고 있다.


스님과 view point로 오르는 길


수도암


수도암에서 잠시 내려와 만나게 되는 인현왕후 길은 지난 8월 문화체육 관광부와 한국 관광공사가 추천하는 '8월의 걷기 여행길'로 선정된 곳이다. 아직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 한산한 그곳에도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 더욱 좋다. 


인현왕후 길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수도산 단풍길은 걷는 내내 낙엽 밟는 소리와 알록달록한 나무들과 보느라 눈과 귀가 행복해져 선물 같은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길 입구와 출구의 비탈 이외에는 거의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산행이 어려운 사람들이 가을을 느끼기에 최고다. 인현왕후의 숨은 이야기도 되새기며 지친 마음에 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받아본다.


인현왕후 길


인현왕후 길로 통하는 청암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학하시는 청정도량이다. 폐위된 인현왕후가 3년간 은거하며 기도를 하신 곳이다. 입구의 작은 폭포에서의 느낌 그대로 맑고 아담하다. 직지사의 말사로 비구니 승가대학까지 갖추고 있다. 치열한 당쟁 속에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인현왕후가 기거하셨다는 극락전의 운치 있는 한옥은 사찰과 잘 어울린다.

 

청암사


입구 계곡


정종 대왕의 어태가 안치되어 있고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유명한 직지사는 시원하게 펼쳐진 황악산 아래 수려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각 법당에서 들려오는 스님들의 청아한 독경소리는 불자가 아니라도 마음이 맑아지게 한다. 


직지사 입구


직지사 경내


사명대사가 부모님을 여의고 정신적 방황 중 직지사에 와서 낮잠을 잤다는 널찍한 바위 위에는 낙엽들이 쓸쓸히 떨어져 있다. 황룡이 승천하는 꿈을 꾸고 신묵 대사가 제자로 받아들인 분이 큰 스님 사명대사다. 18세에 승가고시에 장원급제를 하고 30세에 직지사의 주지가 되었다 한다.


호국정신이 투철했던 사명대사의 자취를 기리기 위하여 직지 공원 뒤쪽에 사명대사길을 만들고 있다.


사명대사 바위


경내 곳곳에 있는 작은 물줄기의 물소리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삼존불 탱화, 삼층석탑을 비롯해 천불전이 있다. 천불전 불상 중 벌거숭이 동자승을 찾아내면 아들을 낳는다는 재미있는 전설을 들으며 동자승을 찾아본다.


직지사 경내


수로가 곳곳에 있는 직지사


단풍터널로 본 직지사


천불전과 동자승


직지사 앞의 직지문화공원의 넓은 잔디밭에는 인공분수를 비롯하여 17개국 조각가들의 5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고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인공폭포


공원 내 조각품


조각품


어느 계절보다도 빨리 가버리는 가을, 바쁜 일상 속에서 어렵게 짬을 내어 떠난 여행은 팍팍한 우리네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사는 놓쳐서는 안 되는 비경이므로 망설일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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