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아침 안개로 뒤덮인 천안 시내에서 빠꼼히 얼굴을 드러낸 것은 독립기념관뿐이다.
너울대는 흰 물결 사이로 나타나는 완만한 능선
도시인지 바닷가인지...
잠시 후 두둥실 떠오른 해는
수줍음 많이 타는 새색시처럼 홍조를 띠고 있다.
천안으로 내려간 것은 일출보다도 단풍나무 숲길을 담고 싶어서였다.
낙엽이 지천으로 쌓이고 있었지만 서울보다 아래니까! 하며.
그러나 환상적인 단풍들은 이미 다 떨어져 버린 채
바스락거리는 소리마저 내고 있다.
뜻하지 않게 방문하게 된 독립기념관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개관한 지 오래여서 일까?
선사시대부터 일제시대, 또 항일운동까지
우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암울한 역사 속에 고통받던 사람들과
그 시대의 위인들,
그런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36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때의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예쁜 단풍나무숲길을 보기 위하여 찾던
사람들의 발길도 어느새 끊어져
넓디넓은 기념관은 더욱 황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