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Aug 04. 2018

우리 집 돈은 내가 다 쓰나?

                                                                                    

가방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이 카드 영수증뿐이다. 그것도 전부 내가 쓴 것이다. 큰딸은 자기가 벌어 자기가 쓰고, 남편은 일 년 전에 약간의 용돈을 주고는  나머지 수입은 내가 관리하고 있다. 물론 결혼 초부터의 일이긴 하지만.      

                                                                                         

내가 돈을 벌 때는 모든 것이 당당했다. 그런데 끈 떨어진 후로는 왜 이렇게 눈치가 보이는지 모르겠다. 평생 노는 여자도 많은데 나는 30년 넘게 일했는데....
하긴 남편도 허탈할 것이다. 평생 월급 명세서만 받아볼  뿐  돈은 만져본 적도 없으니.
몇 년 전 건설회사에서 해외에 나가 있을 때 남편은 나를 볼 때마다
 "석 달 동안 내가 받은 월급이 ~ 야, "
"육 개월 동안 ~를 받았더라"
그때마다 나는 "그래서 뭐?  나도 전에는 그만큼 벌었었어!"하고 속으로 외쳤다. 치사하다. 그리고는 노트북 엑셀 파일에 가계부를 적기 시작했다. 나도 그 많은 돈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요즘은 통장이나 카드 명세서를 보면 대충 씀씀이가  나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는 당당히 노트북을 보여주며,
"우리 생활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면 열어봐"

수입이 줄면 지출도 줄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먹고사는데 드는 비용보다는 인사치레가 문제다. 더블 인컴으로 늘릴 데로 늘려놓은 금액은 줄여지지가 않는다. 축의금이나 부모님 용돈 봉투를 놓고는 항상 고민한다. 수입이 줄어든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얇아진 봉투를 보면 서운타 할 것이다. ㅠㅠ
지난해는 남편의 환갑을 핑계 삼아 해외여행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덕분에 그동안 한 푼 두 푼 모아둔 Fund는 거의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작은 돈 모아 목돈 만들고, 그 통장 꺼내보는 것이 나의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요즘은 그것을 하나하나 헐어 쓰며 가슴이 철렁 철렁한다.

다음 달, 막내의 마지막 등록금과  6개월 용돈만 주면  두 딸에 대한 양육이 끝난다. 아니 결혼이 남았나? 


                                   

매거진의 이전글 어! 데이터가 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