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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4. 2018

어! 데이터가 또

                                                                                                                  

"어떡해 어떡해 이것 좀 꺼주세요" 조용한 법당에서 수많은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분명 내 휴대폰이 건만 갑자기 작동 방법을 모르겠다. 옆에 있던 남자가 두세 번 누르더니 요란하던 휴대폰이 잠잠해졌다. 등줄기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백중기도에 들어간 지 3주째다. 전 같으면 10시라는 시간이 엄청 늦은 시간이 건만 요즘은 그 시간에 어디를 가려하면 무지 바쁘다.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는 가족 모두의 아침을 챙길 수는 없어도 남편만은 챙겨주고 점심 준비도 대충 해 놓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바쁜 와중에 지난밤  보지 못한 드라마 다운로드도 해야 하고!  케이블 방송이 나오는 TV는 거실에 있고, 그 앞에는 항상 남편이 앉아 있다.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와 시사와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은 같이 볼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요즘 보고 싶은 드라마는 거의 케이블방송이기에 나는 다음날 휴대폰에 다운로드해 보고 있다.

그렇게 다운로드하고 지우기가 일상이던 어느 날, 외출했다가 그만 기절할 뻔했다. 데이터가 켜진 상태로 드라마가 다운로드되고 말았다. 집에서 와이파이로 다운로드되다가 외출하면 정지되는 게 보통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데이터가 켜져 버렸고 여러 편의 드라마를 다운로드하느라 엄청난 데이터가 소모되어 버린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 휴대폰의 데이터는 어떤 카톡 메시지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켜질 때가 있다. 

"할 수 없지 뭐" 아까웠지만 나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기에 감수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그런 일이 발생하였다. 그때는 진짜로 속상해서 방방 뛰었다. 그제야  막내가 와이파이일 때만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그런데 절에서 절을 하는 도중에 휴대폰이 또 반짝 켜지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큰스님의 말씀이 시작되자마자 작동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광고가, 그것도 게임 광고가 켜지는 바람에 그 넓은 법당을 오락실을 방불케 하고 말았다.  울리는 휴대폰을 끄지 못하는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비웃던 내가! 

나는 법회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절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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