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Aug 07. 2018

안 들리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웬일로 벌써 일어났어요?"
"....."
"에어컨 끄려고?"
"....."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다. 남편의 청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어떤 때는 자기 생각에 빠져서 내가 하는 말이 잘 안 들리기도 하고 쫑알대는 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대꾸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의 성격을 잘 알면서도  대답 없는 메아리에  늘 화내고 삐진다. 하도 잘 삐지는 마누라에게 지쳤는지 이제는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는다.

모임에 나가 이야기하다 보면 튀어나오는 남편 이야기, 남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우리를 잉꼬부부라 칭한다. 그래서가 아니라 나의 생활환경이 집뿐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결혼을 하지 않아 같이 살고 있는 두 딸은 아침에 나가면 밤 12시가 되어야 들어오니 오롯이 우리 부부가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사진과 글쓰기 동아리만 나가건만 일주일에 두세 번은 외출을 한다.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고 가족들을 기다릴 남편 생각에 식사 등 뒤풀이는 안 하고 허겁지겁 돌아온다. 이 내 마음을 그 사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건설회사를 퇴직한 후 감리회사에 다니고 있는 남편은 작년 초, 올해 5월에 시공하는 건에 수주되어 1년 반은 장기 휴가를 받은 듯 잘 쉬며 지내왔다. 그러나 불경기 탓인지 공사는 자꾸만 연장이 되고 이제는 집에 있는 것이 편하지 만은 않은가 보다. 차츰 남편의 어깨에 힘이 빠져가는 것을 본다. 착하게 열심히 일만 해온 남편은 별다른 취미가 없다. 가끔 친구들과 산에  가는 것이 다인데  친구들마저 일하느라 남편과 놀아주지를 못한다. 

"자동차 때문에 나가는 거야?"
"....."
"도대체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야? 안 들리는 거야 무시하는 거야?"
"내가 뭐? 어제 자동차 때문에 나간다고 했잖아" 

화내지 않으려 했는데 그러려니 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또 폭발하고 만다.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에 나 딴에는 최선을 다하려 하는데 나는 항상 그 1퍼센트가 모자라서 바가지나 긁는 마누라가 되고 만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 돈은 내가 다 쓰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