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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9. 2018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네 290만 원이요? 말도 안 돼!" 그저께 밤 10시경의 일이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자 마련해 놓은 아파트에 문제가 생겼다. 에어컨 배수구가 막혀 아랫집 천장에 물이 새고 그 수리비를 주인인 우리 보고 내라는 세입자의 전화다. 일단 내일 알아보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까지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이 아랫집의 억지라고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우리 집 전체를 도배해도 100만 원이면 되는데. 무슨 소리야. 게다가 수도관 누수도 아니고  에어컨 배수구 누수라니?" 듣도 보도 못한 소리다.

직장 생활을 하는 세입자와 만날 것을 생각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부랴부랴 달려갔다. 일단 부동산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으나 혹시나 엮여 머리가 아플 것을 염려하며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뒤로 빠진다. 관리실에 가서 시설팀장으로부터 그동안 이번 누수에 대한 자기들이 며칠 동안 조사한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우리 집 배수구를 뚫고 나니 아랫집 누수가 멈췄다는 것이다. 에어컨 배수구를 뚫어 나온 것은 보온재 같은 솜 덩어리다.  아마도 세입자 교체 시 임시로 막아 놓은 것이 다음 에어컨 설치 시 밀려 들어간 것 같다는 결론이다. 이럴 경우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지금 세입자는 2년 동안 살았고 다시 연장한 상황이다. 남편은 세입자에게 나눠내자고 한다지만 그들의 잘못이라고 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 

아래층 집에 들어가 보니 천장의 MDF 판 세 장 정도가 약간 들려있는 정도다. 물론 물이 새는 영상을 찍어 둔 것을 보았지만 크게 미관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테리어 업자와 시설팀장은 석고보드를 다 뜯어내고 MDF판에 칠까지 하려면 큰돈이 들어가나 도배를 해주는 것으로 자기네가 주인의 양보를 얻어냈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우리 편은 아무도 없다.

결론은 공사비를 얼마나 줄이느냐 만이 남았다. 290만 원을 부르는 사장에게 날벼락 맞은 우리의 형편을 봐달라며 조르고 졸라 245만 원까지 내린 후 생각해 보고 오겠다고 하고는 명함을 챙기고 나왔다. 우리 아파트에는 한 단지에 두세 개나 있는 인테리어 가게가 그곳에는 그 집뿐이다. 이리저리 헤매다 할 수없이 우린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갔고 외출한 사장을 기다리야만 했다. 속상하고 답답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빵집 할 때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우리 가게는 상가 1층 센터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 우리 상가 위에 각종 현수막을 달고자 벽에 구멍 뚫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뚫린 구멍 사이로 빗물이 누수되어 빵집 천장에 아파트 천장 정도가 아닌 세계지도가 그려지고 말았다. 우리는 위층 상가 주인에게 외벽 보수를 요구했고 그 사람 역시 펄떡펄떡 뛰며 억지로 보수해 주고 갔다. 그때 그 사람이 내 마음 같았겠다. 그때는 겨우 50만 원 정도 들었다. 마음 약한 나는 우리 가게 천장 보수까지는 말도 못 했다.

사장이 도착했다. 뭐 이제부터는 얼굴에 철면피를 깔 수밖에 없다.
"사장님 카드는 안 되나요?"
"카드로 하시면 카드 수수료를 내셔야 해요"
"실은 우리 돈이 없어요. 요즘 세상에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사장님 보시다시피 남편이 이 시간에 이곳에 있다는 것 보면 우리 사정 알 수 있잖아요?" 순간 남편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최대한 깎을 수 있을 만큼 깎아야 한다.
" 이 아파트 사놓고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는 우리 사정 좀 봐주세요"
"....."
비굴하게 별별 이야기까지 하고 깎은 것이 230만 원이다. 자존심까지 내던져버리며 깎은 15만 원! 엄청나게 막히는 퇴근길, 우리 부부는 집에 오는 내내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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