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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16. 2018

아홉수?

"갑자기 이 사진들 어디서 난 거야?"

"큰형이 스캔 떠 달라고 해서. 같이 보라고!"

갑자기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아버지 돌아가실 때의 모습과 똑같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사업에 실패하고 매일 술로만 지내시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사진을 예쁘게 액자에 끼워서 방에 쭈욱 진열을 하셨다. 뜬금없이 왜 저런 걸 정리하시지?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던 아버지는 영영 이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대대로 명이 짧은 우리 집,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오십을 못 넘기시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그 짧은 마흔아홉의 인생을 사시면서 "내가 아버지보다 몇 년을 더 살았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시더니 결국은 마흔아홉에 돌아가셨다. 그 아홉수라는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걸까?   

그 아홉수 타령은 다시 큰 오빠에게 이어졌다. 둘째 오빠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마흔아홉부터 시작된 큰 오빠의 아홉수 타령은 쉰아홉에도 예순아홉에도 이어졌다.  예순아홉을 넘긴 이제는 안심해도 될 터인데 갑자기 사진 정리를 하는 오빠를 보니 공연히 섬뜩한 기분이 든다. 친정에서 큰 오빠는 대들보 역할을  한다. 비록 사업에 실패하여 어렵게 살고 있지만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며 집안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오빠가 돌아가신다면 그 후 친정이란 것이 있을까? 


나도 어려서부터 재미 삼아 사주를 보게 되면 꼭 '단명'이 나온다.  마흔아홉에 긴장했었고 쉰아홉을 살아가는 올해 초 불안한 마음에 거액(?)을 들여 건강검진을 받았다.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아 한숨 돌리기는 했으나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언젠가 단명이란 단어를 올리는 점쟁이에게 화를 내며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도대체 단명, 단명하시는데 내가 언제까지 산다는 거예요?"
"한 육십!" 
....
아마도 내가 열심히 살았던 이유는 그 말을 들은 이후였다. 짧게 살 운명이라면 해봐야 할 일이 엄청 많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운동하고 직장 가고, 점심에는 어학학원 갔다가 퇴근 후에는 취미교실까지 다녀온 후에야 집으로 오는 고달픈(?) 인생이었다. 가게를 할 때에도 또 지금까지도 그저 죽을 둥 말둥 무언가에 빠져 산다.

오빠의 아홉의 해는 지나갔고 나는 그 아홉의 절정을 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상하게 사람들과 부딪치게 되고 그럴 때마다 마음의 벽을 높게 높게 쌓고 있다. 

"모든 것이 다 내 탓인 거예요. 아무리 높은 파도가 친다 해도 그저 미동 없이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파도에도 펄떡거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남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더라도 나만 내 마음 단속만 잘 하고 살면 돼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쁘고 잘못된 게 아니라 다만 나와 다를 뿐이에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말 그러나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 정을 나눠주는 것이 두렵다. 매번 상처만 남기는 만남들... 


요즘 나의 절친은 노트북이다. 나를 상처 줄 일도 없고 언제든 전원만 넣어주면 밝게 웃으며 나를 반겨준다. 친구와 수다를 떨듯 노트북과 대화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나의 삶에 쉼표를 찍어본다. 

 "오래 살기보다는 맑고 향기롭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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