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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18. 2018

지나고 나서야 느끼는
소중함!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를 켜지 않아도 그 시원함이 꿀맛이다. 영원할 것 같던 땡볕 더위가 이제는 끝나려나?

시끄럽게 울어제치는 매미 소리조차 오늘은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대로 가을이 왔으면....

이어진 찜통더위가 없었다면 불어오는 바람이 그리 소중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겠지!


모처럼 남편이 2박 3일 여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토록 삼시세끼 차리는 것이 부담스럽더니 어제부터 나는 홀로 밥을 먹고 있다. 10년이 지난 냉장고는 냉장기능이 떨어졌는지 모든 반찬이 벌써 시큼시큼해져 버렸다. 귀찮아하면서도 남편이 있을 때는 무언가를 만들어 먹었지만 나 먹자고 반찬을 만들기도 그렇다. 남편을 핑계로 내가 잘 먹고 있었구나!


친정엄마의 제삿날이기도 한 지난 설날,  12시에 지내야 한다는 법도 따위는 우리 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8시경부터 지내기 시작한 제사는 10시경 끝이 났고 멀리까지 가야 할 친정식구들은 서둘러 헤어졌다. 그런데 큰언니가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배웅차 나갔는데 언니의 발걸음이 또 떨어지질 않는다. 나는 "같이 가자"하며 냉큼 언니 차에 올라탔다. 언니 얼굴에 그제야 웃음끼가 돈다. 작년에 형부가 돌아가신 후로 혼자 살고 있는 언니는  장례식에서조차 씩씩한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내가 방심했었다. 형부랑 같이 살던 집에 혼자서 살 수가 없다 하여 딸들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한  언니, 신혼방처럼 예쁘게 꾸며진 집에는 머리카락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내친김에 남편에게 언니네서 자고 간다고 전화를 하고는 모처럼 아니 처음으로 두 자매가 한 침대에 들었다. 우리의 수다는 밤새 이어졌다.  그리고 오십 평생을 같이 한 남편의 설 차례를 지내며 진짜로 형부가 떠났음을, 이제는 혼자 남겨졌다는 것을 오롯이 느꼈을 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물을 먹기 위하여 냉장고 문을 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텅~~ 

아니 아무리 혼자 산다 해도.... 순간 그동안 무관심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송구스러웠던지...
나와 둘이 외출했다가도 늘 형부 밥걱정에 부리나케 돌아오곤 했었던 언니의 상실감은 언제나 회복이 되려는지

아직도 그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다다음주에 친정식구들끼리의 여행이 잡혀있다. 가지 않겠다는 언니를 무작정 태우고 떠날 거다.


여행 간 남편은 마누라를 두고 떠난 것이 무지 행복한 가보다. 여태 전화 한 통이 없다. 자유를 즐기며 맘껏 이방 저 방을 휘젓고 다니지만 벌써 허전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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