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아줌마 좀 봐줄래?"
"아들! 저기 할머니 좀 쳐다봐"
재빠르게 셔터를 누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메라를 든 사람이 나밖에 없다. 분명 나보고 한 소리다. 원 세상에! 사장 한 장 찍으려고 인심 팍팍 써서 아줌마라고 했거늘 나보고 할머니란다.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살펴본다.
"내가 어디 할머니? 흥, 예쁘지도 않은 네 아들 사진 지워버릴 거야"
그러나 꽃밭 속에서 말갛게 웃고 있는 녀석이 내 손가락을 멈추게 한다.
하릴없이 해미읍성을 돌아다니건만 더 이상 사진 찍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 내가 지하철 타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빈자리부터 확인한 적도 있고, 스을쩍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탄 적도 있어. 그렇다고 할머니! 비록 흰머리가 많긴 해도 열심히 염색도 하고 얼굴도 이만하면 아줌마로 불러도 되는 거 아냐?" 씩씩거리며 애꿎은 탄산음료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때 창 너머에서 젊은 엄마가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까주고 있다. 순간 아, 저 정도여야 아줌마! 그녀와 나는 도저히 언니 동생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도대체 요즘 아이 엄마들은 왜 저렇게 젊은 거야? 아가씨 같잖아"
내가 어느새 나이가 들었나 보다. TV를 보며 멋진 남자가 나오면 가슴이 설레더니 이제는 그 남자들이 사윗감으로 보인다. 아들이 없는 우리 집에 귀엽고 싹싹한 사위가 들어오면 많이 예뻐해 줄 텐데...
40대까지만 해도 아줌마 소리가 듣기 싫어 화를 냈는데 이제는 할머니라는 호칭까지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 딸들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나 아줌마 맞아!
큰 딸만 보면 빨리 시집가라고 들볶았는데 이제는 천천히 가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