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의 아침

by 마미의 세상

더위가 수그러질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30도를 넘나드는 요즘, 8월 한여름에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이 났다. 너른 배추밭을 배경으로 한 일출 사진은 나를 흥분시켰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사 카페에 '참석!'하고 댓글을 달고는 한 밤중에 집을 나섰다.


보통 '안반데기'에서 배추밭 일출을 담는데 이번 출사지는 매봉산이다. 가을배추가 나기 전에 고랭지에서 배추를 재배한다. 곧 수확을 앞두었기에 진사들의 발길이 바빠졌다. 새벽 두 시는 되었을까?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고지(?)까지 다시 택시로 이동하였다.


캄캄한 새벽, 들리는 소리라고는 우리 일행이 떠드는 소리와 풍력발전기가 내는 기괴한 소리뿐이다. 아직도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나는 캄캄한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는데 도대체 방향감각이 없다. 택시를 같이 탄 일행 네 명이 전부 나처럼 초보여서 길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 우리는 다음 도착할 일행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구세군처럼 내려오는 몇몇 남자들, 아마도 별 사진을 찍고 하산하는가 보다. 겨우 물어 도착해보니 벌써 도착한 다른 팀 진사들이 다 차지해버려 삼각대를 필 자리가 없다.


다행히 같은 카페에서 온 지인이 자리를 조금 내주어 겨우 비집고 삼각대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해뜨기를 기다리는 일만이 남았다. 내가 태어나서 겨울에도 그렇게 추위에 떨어보지 않았는데 8월 한여름에 아래 윗니를 딱딱거리며 3시간 넘게 떨어본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아무리 웅크리고 앉아도 추위가 가시지를 않고 아래 윗니는 사정없이 부딪쳤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비옷에 겨울 파커까지 준비해와서는 여유 있게 간식까지

먹고 있다.

그 새벽의 발전기 소리는 왜 그리도 괴성을 냈었는지...


암흑 속에 사람들이 향해 있는 곳 하늘이 조금씩 발갛게 물들고 있었다. 해가 뜨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건만 마음 급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넉넉한 메모리를 준비해 온 나도 비슷한 컷을 수도

없이 담아냈다. 집에 가면 비슷비슷한 사진들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들어가건만...

또 놀면 뭐해?


해가 떠오르는 순간부터 우리는 숨도 제대로 쉬지 않는다. 해님만 쳐다보며 일출 장면을 담던 나는 발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배추밭을 보고는 손을 멈추고 말았다. 농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배추 건만 아침 햇빛을 받은 그들은 진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거의 엎드리다시피 그들을 담고 또 담고.


도대체 이 높은 곳에 누가 이렇게 배추를 심어 놓았을까? 고랭지 배추라는 말을 많이도 들어보았건만 이렇게 재배되는 것인 줄 몰랐다. 흥분이 가라앉을 무렵 부지런한 농사꾼들이 벌써 밭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 풍경을

담게 해 준 그분들께 고마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꾸뻑 인사를 하였다. 그분 들은 우리가 별로 반갑지 않은가 보다. 배추 다치지 않게 살살 돌아다녔는데...


그날 호되게 고생한 후로는 배추밭 일출을 담으러 가본 적이 없다. 아니 다리가 불편한 이후로는 원거리 출사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다만 외장하드에 있는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길 뿐이다. 오늘 몇 시간을 찾아도 이 사진들이 어디에 어떤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전에 카페에 올렸던 사진을 찾아냈다.

그 고생하며 담아왔는데 원본을 찾아야 할 텐데. 장터에 고랭지 배추 이야기가 아직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예쁘게 자라고 있나 보다. 꼭 다시 가고 싶은 출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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