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사나 한옥 옆에 피어있는 배롱나무의 색이 빠진듯한 붉은 꽃을 보면 '떠나간 님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꽃말 때문인지 진한 슬픔이 전해 온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작은 꽃송이들이 옹기종기 붙어 한송이가 지고 나면 다시 다른 송이가 피어 그 꽃을 백일 이나 피운다 하여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옛날 어느 어촌마을에 무시무시한 이무기가 있었다. 마을에서는 이무기를 달래기 위하여 매년 처녀를
바치고 있었는데 한 용감한 장사가 나타나 이무기를 처치하고 처녀를 구해낸다. 이후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죽인 이무기 짝의 후한이 있을까 항상 걱정이 되던 어느 날, 그 이무기의 짝을 죽이기 위하여 '이무기를 처치하면 흰돛을 달고 오겠다'며 뱃길에 오르고 처녀는 백일기도에 들어간다.
장사는 이무기를 처리하여 배에 흰 돛을 달고 돌아오지만 이무기가 죽으며 흘린 피가 튀어 흰 돛이 붉게 물든 것을 몰랐다. 처녀는 붉게 물든 돛을 보고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장사는 비통해하며 양지바른 곳에 그녀를 묻었는데 그 무덤에서 핀 붉은 꽃은 백일 동안이나 지지 않고 피어 있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