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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31. 2018

네가 내 마음을 알아?

퇴근해서 돌아오면 안아 주어야만 자기 방으로 들어가던 큰딸이  오늘은 쳐다보지도 않고  방문을 냅다 닫고 들어간다.  하나 두울 셋, 나는 참지 못하고 딸 방문을 열어젖혔다. 

"이번만 만나봐, 다시는 선보라고 안 할게"
그때부터 10여 분 정도 우리들의 곡사포가 오고 갔다. 늘  우리 대화는 이 모양이다. 나의 마지막 말이란
"나가! 이젠 정말 너 보기 싫어"


딸 나이 어느새 서른둘.  요즘 시대에 그리 많은 나이라 할 수는 없지만 졸업 후 연애 한번 안 하고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는 딸을 바라보는 에미 마음이  조급하기 그지없다. 미대를 졸업할 때쯤 아빠가 정년이
되었기에 그렇게도 원하던 대학원 진학을 안 시킨 것이 항상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맘에 드는 직장에 못 간 것이 다 내 탓인 듯싶다. 집에서  노는 것이 미워  아르바이트라도 하랬더니  그 일이 그만 직장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또 못 마땅하여 작년부터 딸을 들들 볶아 전공 쪽 일을 찾으라고  한 것이 나였는데, 막상 지난달 사표를 내고 나온 딸을 바라보는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이 와중에 선보러 나가라 했더니 저 난리다. 본인이 떳떳한 직업을 갖고 나서야 소개를 받는단다, 
과연 그날이 오기는 하려나?


처음 그 아이를 낳아 키울 때는 기대도 많았고 뭐든지 잘하던 아이였기에  시험 문제 하나만 틀려와도 혼내기 일쑤였다.  집에는 항상 회초리가 있었고, 나도 남편도 친정 엄마까지도 엄하게  키웠다. 그러다 보니  소심하고 융통성이 없는 아이가 되어 버렸다.  대학교  자취 시절에는 밥하기 싫어 치킨만 시켜 먹었다더니 저렇게 살까지 쪄서 더욱  자신감을 잃은 듯하다.


주말마다 뮤지컬 보고. 친구 만나고 그 자체가 행복하단다.  친구들은 벌써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건만... 

나는 정말로 딸을 이해할 수가 없다.  딸을 볼 때마다 구박하기 일쑤다. 그러니 점점 더 소심해지는가 보다.
한번 의견 충돌이 나면 열흘, 보름은 냉각기를 가지기 일쑤라 조심 또 조심하건만,  오늘 또 부딪치고 말았다.
언제 또 풀어지려나. 

작은 딸과 화해 한지도 얼마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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