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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31. 2018

당신, 우는 거야?

                                                                

더워도 너무 덥다. 세 끼 밥 먹고 TV만 보며 방콕 한 지 어느새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창 밖 멀리 북한산만 바라보고 있는 남편이 안쓰러워
"우리 캠핑 갈까?"
"정말?  오케이~~"
캠핑장비는 왜 저다지도 많은지. 끌채로 세 번은 나른 것 같다. 남편의 몸은 어느새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그래도 좋단다. 한껏 흥분한 남편은 콧노래까지 부른다.
 
모처럼 달리는 자유로의 풍경이 신선하다. 아, 남편과 여행 간 지가 꽤나 되었구나. 그동안 나 혼자 팸투어 다니느라 바빠 남편 생각을 못 했다.  지난해 몇 차례의 환갑여행을 다녀온 후로는 처음이다. 차 안에서 둘만의 데이트, 익숙하고 편안하다. CD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창 밖 풍경에 빠져 있던 나는 "컥!"하는 코 고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요새는 밥만 먹으면 왜 이 모양인지...
 
차는 어느새 한탄강 근처까지 와 있다.  이 근처에 올 때마다 캠핑장 사람들을 부러워하던 남편은 오늘에서야 소원 성취했다. 날씨가 흐린 평일이어서인지 북적이지 않아 좋다. 남자들은 집짓기 본능이 있어서 인지 캠핑을 좋아하지만 나는 땡볕에 집 짓는 일이 너무 싫다. 별로 한 일도 없건만 온몸이 땀으로 젖어든다.
완성된 집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남편은 음악부터 튼다.
 
꾸물꾸물하던 하늘은 어느새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에 울려 퍼진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장작을 피우느라 눈물 콧물 빼던 남편은 이제야 성공했나 보다. 빨갛게 피어 오른 숯불에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당연히 술과 함께.
 "그래 오길 잘했어. 집에 있어봤자..."
 
그때 사진동아리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른 휴대폰을 들고 강가로 갔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오해도 많고 이해해야 할 부분도 많고.... 남편에게 눈치가 보여 빨리 통화를 끝내야 하건만 잘 안 된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그래,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 ㅋ~~  여태 수다를 떨고서는!

미안 미안! 이야기가 길어졌어.
"어머! 당신, 우는 거야?"
그때 CD에서는 양희은의 '당신만 있어준다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냥 좀 울컥하네. 영내야 아프지 말아라. 이렇게 같이 오래오래 살자"
 울 엄마 돌아가셨을 때 보고는 처음 보는 남편의 눈물.
남편도 이제 늙어가나 보다.
 
오늘 다시 천천히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본다
 
 세상 부귀영화도 
 세상 돈과 명예도 
 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세상 다 준다 해도 
 세상 영원타 해도
 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이젠 알아요 그 추억 소중하단 걸
 가진 것 없어도 정말 행복했었죠
 
여보, 고마워! 
당신이 내 남편이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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