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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1. 2018

따뜻한 밥 한 공기

                                                                                                                                                                        "다녀왔습니다"

벌써? 내일이 생일인 큰 딸이 웬일로 9시도 안되어 돌아왔다.
"밥은?"
"배고파"
"그래 엄마가 반찬해 놨어"
내일은 외식하기로 하였으나 엄마로서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어 미역국에 불고기 잡채 전까지 기초 반찬을  준비해 놓았다. 얼른 가스불부터 키고 이것저것 반찬을 꺼내고 밥솥을 여는 순간 

"아차!" 밥이 없다. 늘 아침에 밥을 하면 두 딸들은 한 끼 먹을까 말까 하기에 딸의 밥을 남겨놓지 않았다. 먹다 남긴 공깃밥 반 그릇뿐이다. 
"내일 아침밥도 안 먹을 텐데..." 갑자기 몰려오는 미안함에 햇반과 남은 밥을 내놓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어릴 적 아랫목 이불속에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식구만큼의 밥공기가 들어 있었다.  주로 아버지 밥이었지만. 내가 커서 직장인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헤어져 12시 가까이 돌아갔을 때에도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조갯국 끓였다고 이불속에서 따뜻한 밥공기를 꺼내어 밥상을 차려주셨다.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배가 불러도, 시간이 늦었어도 나는 그 시간에  밥을 또 먹곤 했다.

내가 지금의 통통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일찌감치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 손에 오빠들과 함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영양실조"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안양에서 양계장을 하시던 엄마는 너무 놀라 방학 내내 나에게 하루에 닭 한 마리씩 먹이셨다. 그렇게 방학만 되면 내려가 영양 보충을 하던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올라가며 점점 통통 스타일이 되어 갔다. 울 엄마의 자식 사랑은 오로지 먹을 것을 챙겨 주시는 거였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나의 가장 큰 행복은 맛있는 것 먹는 것이다.

그리고 끼니때마다 나도 아이들에게 "밥 먹자!"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시간이 없고 다이어트 중인 딸들에게 듣는 말이라고는 
"안 먹어!"
 "어이구!"


물소리와 함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보니 딸이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는가 보다. 며칠 전부터 방 청소 때문에 다툰 큰 딸과는 아직도 냉전 중이다. 생일이니 내가 먼저 풀어야 하나? 
이불속에서  따뜻한 밥 한 공기를 꺼내 주던 엄마 생각이 나며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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