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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1. 2018

이 새벽에 뭐하니?

거실에 있어도 들리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는 이제는 완전히 리듬을 타고 있다.  새벽 3시, 만물이 잠든 시간에 나는 하릴없이 거실을 배회하고 있다. TV를 켜 놓으면 5분 안에 잠이 드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약효가 없다. 남편은 나 보고도 코를 많이 곤다고 구박한다. 우리는 침대에 누우면 서로 빨리 잠들려 한다. 나중에 잠드는 사람은 고역을 치르기 때문이다. 내가 잠이 늦게 든 날은 어김없이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가야만 한다. 이렇게 우리는 일주일도 몇 번이고 각방을 쓴다.


6년 전 가게를 할 때는 사람들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는 그저 등만 붙이면 내려 눌리는 눈꺼풀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때 소원이 있다면 잠이나 실컷 자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오시면 12시까지 일 한 며느리 생각은 안 하시고 새벽 4시경부터 두런두런 하시다가는 5시부터 TV를 켜신다. 

 "여보 나는 절대로 부모님 하고는 못 살아!"


그랬던  내가 요즘에는 새벽에 불을 밝히고 있다.  밤 10시 TV 드라마를 끝까지 본 적이 없다. 그리고는 새벽에 눈을 뜬다. 나의 몸이 벌써 할머니가 된 걸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다가 카페 검색, 게임 등을 하며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아침 8시가 다 되어 가지만 우리 가족들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 배고파~ 저녁밥을 잔뜩 먹었는데 왜 이리 배가 고픈 거야?"
엄마 말 잘 들어주는 작은 딸 방 앞에서
"엄마 배고픈데 밥 먹자~" 했다가  벼락 치는 소리가 난다.
"이궁 나쁜 지지배"
그제야 남편이 눈을 비비며 나온다. 예쁘다고 키운 딸 소용이 없다. 그래도 내 생각해 주는 건 남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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