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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Sep 15. 2018

제주도 입성

                                               

배 시간에 맞추어 차를 먼저 싣고 우리도 배에 오른다. 세월호 사건 이후,  배 타는 것이 왠지 찜찜하다.  괜찮은 척  얼른 선실로 들어가  이불을 깔고 드러눕는다.  지난번 울릉도 갈 때만큼  멀미가 나는 것은 아니겠지?  잠시 후  선실이 사람들로 하나씩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노부부를  정성스레  모시고 온  꺽다리 남자 뒤로 귀부인처럼 단장한 여자는  딸 손을 잡고 들어온다.  (이 배에 안 어울리게 멋진데)  다음으로 아이를 넷이나 데리고 들어오는 젊은 부부, (설마 한 집의 아이?)  머리 위까지 오는 백팩을 한 젊은 남녀들, (부럽다) 무심히 객실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 눈꺼풀은 내려오기 시작했다.  

으앙~~! 백팩을 하고 온 남자의 아이다. 아이 아빠는 장난감을 주고 먹을 것을 주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건만 그 녀석은 그저 떼만 부린다. ( 아이고, 내 아이 같았으면 한 대 쥐어박으련만. 그런데 젊은 아이 아빠는 잘도 참는다)   넷이나 되는 아이 아빠도 보채는 아이 하나씩 멜빵에  지고는 재워다 놓고 또 재워다 놓는다. 아이 엄마는 지쳤는지 어느새 쓰러져 누워 자고 있다. 내가 아이 키울 때 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드디어 제주에 도착했다. 맑고 푸른 하늘이 우리에게 어서 오라고 반갑게 맞아준다.  나도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 본다.  애월의 게스트하우스는 깨끗한 화이트 톤의 집에 오밀조밀 주방시설도 있다. 물론 냄비도 공기도 수저도 달랑 두 개뿐이다. 그래도 전자레인지에 냉장고에 인덕션까지 있을 것은 다 있다.

대충 짐을 내려놓고는 바다를 보기 위하여 나간다.

애월 해안도로는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 중에 하나다. 그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다 바람도 시원하고 걷기 싫어하는 내가 마냥 걸었다.

                                                                                

신엄 도대불, 도대불이란 보재기(어부)가 밤중에 고기잡이를 마치고 포구로 돌아올 때 불을 밝혀 안전하게 길잡이 역할을 하였던 옛 등대로 제주도에만  있는 중요한 해양 조형물이다.      

                                      



포세이돈 큰 바위 얼굴
어느 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아름다운 애월읍 고내리 바다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고내리 바다가 무척이나 보고 싶은 포세이돈은 그의 형 제우스에게 부탁하여 제주로 가는 구름을 타고 제주도에 오게 됐는데
다만 조건은 해가 뜨기 전에 반드시 구름을 타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가 뜨는 제주 바다에 넋을 잃은 포세이돈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발을 떼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놓치게 되고 저녁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주 바다 모습에 매료되어 제주를 지긋이 바라보는 포세이돈!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여 북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조차도 감탄을 숨길 수 없었던 애월 앞바다!

                                                                          


멋진 일몰을 기대하며 이호 태우 해변으로 달린다. 와 말이다! 여태까지 말에 대한 나의 선입관이 틀렸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씩씩하게 달리는 멋진 말이 아니라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수줍은 녀석이다. 카메라를 피하여 수줍게 풀을 뜯고 있는 근육질의 녀석들은 나를 미소짓게 한다.




해변에서 일몰을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 한 분은 왕대포 앞에서 "오늘 오메가 나올 확률 100프로야!" 가슴이 뛴다. 그리도 많이도 다녔건만 오메가를 제대로 잡은 적이 없다.  제주도에 온 첫날 오메가를??




 역시나 오늘도 오메가는 보지 못했으나 마주한 두 마리의 목마 등대로 넘어가는 해는 볼 때마다 머나먼 동화의

세계로 나를 이끈다. 뿌듯한 일몰 장면을 가슴에 담고 설레는 제주의 첫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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