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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다다오의 대불상을 볼 수 있는 타키노레이엔-홋카이도

타키노 레이엔, 부처의 언덕, 조잔케이 온천

by 마미의 세상

우리가 홋카이도에 간 것은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삿포로 눈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삿포로가 아닌 마코마나이의 타키노 레이엔이다. 여기서 Taki는 폭포, no는 들판, rei는 영혼, en은 정원을 뜻하는 것으로 폭포와 들이 있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죽은 영혼들을 기리는 곳으로 우리의 추모공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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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겨울나무 너머 설산이나 허리만큼 쌓여있는 눈 구경에 푹 빠져 있다가 도착한 타키노레이엔에는 칠레 이스터 섬에 있다는 모아이 석상이 우리를 반겨준다. 길게 한 줄로 늘어선 석상들은 하나 같이 팔을 허리 아래로 내리고 손을 가지런히 하고 멀리 쳐다보고 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비슷해 보이지만 남자도 여자도 있고 조금씩 그 모습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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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쉼터 너머에는 스톤헨지가 있다.


모아이 석상이 이 홋카이도에 있게 된 것은 이스터 섬에 재난이 들어 문화재가 파괴될 위험에 처했을 때 일본인들이 자원봉사로 복구를 지원해 주었다고 한다. 그에 감복해 2개의 모아이 석상을 주며 더 많은 석상을 만드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17개의 모아이 석상 중 어느 것이 이스타 섬에서 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모는 미래, 아이는 산다(live)라는 뜻이다. 석상은 400~1700년도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무리 화산석이라고 하더라도 돌도끼만으로 높이 10 미터에 약 86톤에 달하는 석상을 외딴 오지 섬에서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부처의 언덕에 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대불상이다. 그는 대법당을 지하에 만들었다. 게다가 둥근 돔 위에 불쑥 나와있는 것은 부처님의 머리다. 꽤나 많은 절을 돌아다녔지만 귀한 부처님을 모신 언덕에 구멍을 뚫어 눈 비 다 맞도록 해 놓은 것은 처음이다. 덕분에 라벤더가 피는 계절에는 보라색 꽃에 푹 파묻혀 있는 부처님을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눈을 흠뻑 맞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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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이 쌓였을 때의 부처의 언덕과 라벤다가 한창일 때의 모습
L1065796.jpg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꽁꽁 얼어붙은 데다 눈이 소복하게 쌓여 어떤 공간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알고 보니 제주도의 방주교회나 뮤지엄 산에서 보았던 작은 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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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둥근 터널을 들어가 보면 그 끝에 불상이 있다. 가까이 갈수록 나타나는 부처님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바로 앞에서는 마치 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안도 다다오는 부처님의 광배를 표시하기 위하여 공간을 뚫어 놓은 것 같다. 어두운 공간에 앉아계신 부처님의 머리 위에는 푸른 하늘이 있고 그것은 마치 부처님 머리 위에서 광채가 나는 듯했다. 어느 누가 저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교회에 십자가를 다는 대신 십자 형태로 수직과 수평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구성해 자연의 빛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냈을 때도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는 정말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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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도 어깨에도 몸에도 바람에 날린 눈이 쌓여 있었지만 이렇게 설계한 안도 다다오가 더 이상 원망스럽지 않았다. 도리어 이 독특한 법당 구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부처님은 360도를 돌아가며 볼 수 있게 했는데 뒤로 돌아가니 유난히 등이 굽어 보였다. 이 둥근 어깨(라운드 숄더) 또한 자비와 온화함을 나타내려 함이요, 초월적 존재로 모든 중생을 감싸 안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도 경제력도 없어 가난하기만 했던 젊은 안도 다다오는 오로지 독학으로 건축 지식을 습득했다. 그는 언제나 주어진 예산과 조건에서 최상의 건축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했고, 기술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의사를 관통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의 힘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와 절제된 빛을 사용하고 있다. 재료도 순수한 콘크리트와 철 유리 등을 사용하며 평온하고 명상적이며 지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에게 자연은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란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이 빛과 바람 그리고 비 같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55만 평이나 되는 홋카이도 최대의 추모공원 저 뒤쪽으로 스톤헨지가 보였으나 가보지 않았다. 우리는 추모공원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모아이 석상과 '부처의 언덕'에 계신 안도타다오의 불상을 보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홋카이도에 간 보람이 있었다.


그날 숙소는 죠잔케이뷰 호텔이었다. 온천지역이라 온천수에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온천수가 우리의 온천수보다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넓고 아늑하고 멋진 양화실에서 묵게 된 것은 최고였다. 계곡의 멋진 모습을 보며 다다미방의 멋스러움에 빠져도 보고 아늑한 침대에서 푹 쉬고 나오려니 너무나 아쉬웠다. 뷔페식으로 준비해 준 음식 또한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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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페 식당에서 바라 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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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바라 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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