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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이 아니에요, 때 밀지 마세요

석모도 미네랄 온천

by 마미의 세상

서울 서쪽 끝자락에 사는 우리가 즐겨 찾는 곳은 강화 석모도다. 전에는 잠깐이나마 배를 타고 가는 재미에, 또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된 뒤로는 자동차 만으로 갈 수 있어 틈만 나면 다녀온다. 이번 목적지는 보문사가 아닌 바로 앞 온천이다. 긴 추석 연휴로 피곤해진 심신을 바다를 보며 따뜻한 온천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보문사에 올 때마다 늘 눈도장만 찍고 갔던 곳이었는데 어느 날 리뉴얼로 폐쇄되었다가 다시 개장했단다.

이곳에 오기 전에 검색을 했어야 했다. 다른 온천 가듯 때수건에 비누 샴푸에 간단한 화장품까지 챙기고 이만 닦고는 온천장으로 향했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보면서도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글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몸이 노곤노곤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매표소에서부터 황당했다. 대기표를 받았다. 그 어느 유명한 온천장에서도 볼 수 없던 대기표라니.......

"오늘도 비가 올 것 같아. 요새는 왜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거야."

공연히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는데 건너편에서 앉아있던 아주머니는

"그래서 이곳에 온걸요." 영문을 몰라하자,

"땡볕에 야외 온천장 돌아다니면 뜨겁잖아요."

그제야 알았다. 스파복은 찜질방에 들어갈 때 입는 옷이 아니라 야외 온천장에 나갈 때 입는 옷이었다.


그녀들은 뭔가를 열심히 마시고 있었다. 바로 수제 요구르트라는데 그게 그렇게 효능이 좋다나? 그것도 이곳에서만 판단다. 당장 매점으로 달려가서는 욕심껏 제일 큰 병으로 사 왔다. 종이컵에 따라서 남편과 한 잔씩 마셨다. 맛은 시중에서 파는 요구르트와 비슷한 것이 달달하고 걸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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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생일이 지난 후에는 어디에 가나 경로 우대 혜택이 있는 지를 먼저 본다. 고맙게도 할인 혜택이 있다. 스파복 대여료 2,000원을 내도 아깝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할인 혜택 덕분이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스파복도 대여하지 않은 채 들어갈 뻔했다.


이 온천은 달라도 모든 게 너무나 다르다. 내부 온천장은 10평도 안 되는 데다 샴푸는 물론 비누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물 샤워를 하려고 샤워기 앞에서 물을 틀고 입을 벌렸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닷물이다. 짠 입을 헹구려면 정수기의 물밖에 없다. 채 가시지 않는 짠맛에 바닷물로 물샤워만 하고는 탕에 들어가자니 찜찜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이곳은 해수를 정제해서 순환 재사용하고 있단다. 샴푸나 비누를 사용하게 되면 그 성분이 남아 온천수의 염도나 미네랄 밸런스가 깨뜨릴 수 있고 혹시 바다로 흘러가면 바닷물까지 오염이 되니 비누 등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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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노천탕은 엄지 척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앞은 늘 낙가산 꼭데기에서 바라보던 멋진 갯벌이요 산을 올려다보니 구름에 가려진 낙가산이 보였다. 노천온천이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 다른 곳보다 뜨거운 온천 수에 오래 있을 수는 있지만 조금 있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이때는 바로 앞에 있는 평상에 앉아 멋진 갯벌을 바라보면 천국이 이보다 더 좋을까? 그제야 또 깨닫는다. 어느 온천에나 가면 바글대는 사람들 틈에서 정신이 없었는데 제한된 사람만 입장시키는 덕분에 이렇게 한가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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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온천수도 아주 뜨거운 것부터 중 온탕 저온탕 등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 취향에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저온탕은 꽤 넓고 야트막해 아이들이 수영하며 놀기 좋다. 특히 매일 자동 살균 시스템과 여과 장치를 통해 체크하는 데다 일정 주기마다 물을 배수 후 재 공급 한다더니 물이 깨끗하고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짠물이 입으로 들어가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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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장에는 스파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쿠아복이나 일반 티셔츠나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 것이었다. 다음에는 미리 집에서 깨끗이 샤워도 하고 옷까지 준비해 와야겠다. 사람들은 해수에 나트륨이나 칼륨이 많아 피부보습이나 각질 완화에 도움이 되니 몸에 남은 물은 수건으로 닦지 말고 건조하란다. 뿐만 아니라

표지판에는 이곳에서 때도 밀지 말란다. 하긴 내부 온천장에서도 때 미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이곳은 오로지 해수 온천에만 집중해야 하는 곳이다. 적응이 쉽지 않은 나는 온천 후 나와서 수건으로 닦고 또 닦았다. 몸을 말린 뒤로는 옷을 입어 잘 느끼지 못했지만 손가락 마디에서의 끈적거림은 가시지 않았다. 일반 물 샤워기 하나만 있으면 딱 좋으련만.......


짠내가 진동하는 것은 온몸이 해수에 절여져서일까 아니면 바로 앞 해변에서 나는 냄새일까?

그때 '왕새우 포장 판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우리 왕새우 구이 먹고 갈까?"

둘째 가졌을 때,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왕새우 구이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냄비에 굵은소금만 깔고 먹던 새우는 별미였다. 그러나 찾고 또 찾아도 포장 판매만 보이고 먹고 갈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석모대교를 건너 외포리에 가서야 멋진 곳을 찾았다.


달궈진 왕소금 위에 생새우를 넣자마자 난리가 났다. 두서너 마리가 튀어나오고 잡아넣으면 또 다른 놈이 나오고 뜨거워 발버둥 치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짠했다.

"미안해"

"맛있게 먹을 거면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들고 먹기도 뜨거운 녀석의 껍데기를 홀딱 벗겨서는 후후 불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술을 부르는 맛이었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도, 위가 좋지 않은 나도 술은 한 잔도 마실 수가 없어 오로지 새우에 집중하다 보니 같이 나온 주꾸미나 전 그리고 반 이상이나 남은 새우는 포장을 해서 돌아와야 했다. 또 신의 한 수는 머리만 잘라 놓으면 에어프라이인가에 바짝 구워 주시는 거다. 너무 바삭하고 맛이 있어 다 먹고 싶었지만 이미 배가 불러 더 이상은 먹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탄산음료만 보면 고개를 졌던 남편도 한 잔 마시는 것을 보니 새우가 느끼한 음식임에 틀림없다.


포장해 온 음식 때문인지 우리 몸에 밴 바다 내음 때문인지 집에 와서도 아직도 섬에 있는 것만 같았다. 집에 가자마자 바로 샤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손을 닦자 불편한 감은 사라졌다. 바다의 좋은 성분이 조금이라도 없어질세라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잠을 청했다.


다음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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