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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말고도 볼 게 많은 여주!

by 마미의 세상

여주는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인데 얼마 전부터 북새통이다. 새로 놓은 출렁다리 때문이다.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왔다더니 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 덕분에 주말이면 때 아닌 교통 혼잡과 주차난으로 시댁에 갔다가도 들러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겨우 찾게 된 것은 친구들과의 부부동반 모임에서다.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신륵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다리부터 찾았다. 생각해 보니 출렁다리가 놓였다는 웬만한 곳은 다 찾아갔던 것 같다.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부터 마장호수, 감악산, 울산 대왕암까지 찾아가며 '얼마나 출렁일까'하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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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출렁다리는 그다지 출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515 미터나 된다는 긴 현수교는 한 번 다녀오기도 쉽지 않다. 걷는 내내 남한강과 하늘이 맞닿은 시원한 모습과 유유히 떠다니는 황포돛배를 보며 걸으면 어느샌가 가슴이 뻥 뚫어지는 것 같다.


게다가 다리 바로 아래에는 예부터 시인 묵객이 즐겨 찾았다는 신륵사가 있다. 봉미산 끝에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신륵사는 동해 바닷가에 있는 낙산사나 서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보문사 못지않게 경관이 뛰어나다. 세종대왕릉인 영릉의 원찰이었고 고려말기에는 나옹선사가 머물기도 했던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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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당은 덕이 높은 승려의 초상화를 모시는 건물로 지공화상 무학대사 나옹화상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조사당 앞의 향나무는 나옹화상에게 살아있는 향을 올리기 위해 심은 것이라 한다


연못에 있는 많은 물을 아홉 마리의 용이 머금고 승천했다는 자리에는 구룡루가 있고, 그 앞에는 가을이면 온통 노란 세상으로 만드는 은행나무가 있다. 그 나무 중앙에 있는 나뭇가지는 관세음보살을 꼭 닮았다. 어느 날 요란하게 천둥번개 치고 난 후 이런 모습이 되었다니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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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와 구룡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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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강월헌은 일출포인트


강월헌 위쪽에 고려시대에 세워진 전탑은 독특하게 흙으로 구운 벽돌로 쌓았다. 게다가 당시 주요한 교통수단이던 배가 남한강을 오갈 때 등대의 역할까지 했단다. 정갈해 보이는 건물은 템플스테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다. 부처님 말씀을 들으며 강가를 거닐다 보면 이해할 수 없이 치솟던 마음도 가라앉고 넓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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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를 보았으면 영릉도 빼놓을 수 없다. 영릉에는 조선시대 두 분의 왕을 모시고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조선 4대 임금인 세종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인 영릉(英陵), 17대 효종과 인선왕후를 모신 영릉(寧陵)이다. 세종대왕릉은 원래 서울의 헌인릉에 있었으나 풍수상 좋지 않다 하여 1469년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효종도 동구릉 내 원릉 자리에 있었으나 조성 직후부터 능침 석물에 문제가 생겨 보수가 계속되자 1674년 현종 때 이곳으로 옮겨졌는데 왕과 왕비의 봉분을 상하로 조성해 놓았다.

1.JPG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


세종대왕릉에서 효종대왕릉으로 가는 길 또한 명품이다. 700 여 미터나 되는 숲길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데다 우거진 숲은 뜨거운 해를 가려주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이 길은 정조 임금이 영릉(寧陵)과 영릉(英陵)을 참배하러 가던 길이라 하여 왕의 숲길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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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JPG 효종대왕릉인 영릉(寧陵)

영릉의 재실은 현존하는 조선왕릉의 재실 중 안향청 제기고 행랑 등 재실의 기본 형태가 가장 잘 남아 있는 데다 공간 구성과 배치가 잘 되어 있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300년이 넘은 회양목과 향나무를 그대로 살려지은 재실을 보면 고고한 우리의 멋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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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침저녁으로 꽤 싸늘해진 것을 보면 가을이 온 것 같다. 이제 곧 나무들도 오색 단풍으로 단장하고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다가올 추석 연휴나 가을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서울에서 가깝고 지하철만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여주여행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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