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 미터에 있는 알티플라노 고원을 랜드크루져를 타고 달렸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말 대박이었다. 황량하긴 하지만 태초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았다. 광활했던 그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재간이 없었다.
우유니 마을의 과일 시장에 들렀다. 소박하고 생기 넘치는 시장에서 팔고 있는 신선한 과일을 보고 욕심을 내다보니 한 보따리나 사고 말았다. 칠레 국경을 넘어가려면 농산물 반입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식사 후 배가 부른 데 사온 과일까지 먹어치우느라 정말 곤욕을 치렀다.
산 크리스토발 마을은 광부들이 사는 마을이다. 은광산이 있어 이를 캐어내서 칠레로 팔며 산다는데 그 마을 분위기는 깨끗하고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수목한계선을 넘어서인지 나무도 자라지 않는 황량한 산과 푸석한 땅에는 군데군데 풀덩이만 볼 수 있었다. 이 넓은 땅에는 인적이 없다. 가끔 나타나는 야생 비쿠냐뿐이었다.
비소 마그네슘 탄산염 및 칼슘 등이 물에 녹아있어 호수가 녹색 빛을 띤다.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으나 물빛과 산세가 아름다웠다.
고 지대를 달리다 보면 크고 작은 호수를 만나게 되는데 물이 있는 호수에는 야생 동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 중 큰 호수를 "라고"라 하고 작은 호수를 "라구나"라고 한다.
서식하는 동물은 플라밍고와 야마 알파카 등이 있는데 커피색, 검은색, 흰색이다. 부르는 이름도 야마, 라마 알파카 등이 있어 아리송해서 물어보니 야마는 목에 털이 없는 것이고 알파카는 털이 많은 것이란다. 그리고 야마는 스페인어이고 라마는 영어란다.
이들은 이미 가축화가 되어 주인이 따로 있었다. 야생에 풀어 키우는 그들을 통제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개다. 그곳에서 최상의 포식자는 퓨마인데 주인은 혹시나 해서 매일 자기가 키우는 가축이 잘 있는지를 확인 한다고 한다. 이렇게 키운 알파카랑 야마는 식용으로도 사용되고 털은 깎아서 테이블보나 목도리 등을 짜는데 쓰인다. 비쿠냐는 야생 동물로 주인이 없지만 가죽이 비싸 밀렵을 당하기도 한단다.
빈토 라구나는 황량한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 같았다.
또 한참을 달리다 만난 락 밸리에는 기이한 암석들이 가득했다. 용암이 흘러 굳어버린 암석들은 오랜 세월 동안 바람에 깎이고 구멍이 나서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곳에 군상을 이루고 있을까?
알티플라노에만 자라는 선인장인 야레타. 사막에 비가 오지 않아 모든 풀들이 말라버리면 야마랑 비꾸냐 등이 어쩔 수 없이 와서 먹는 식물이란다. 돌처럼 단단하고 따가운 것은 다른 동물들에게 뜯어 먹히지 않기 위해서 라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또 한참을 달리다 만난 곳은 이탈리아 빼르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곳에 왔다가 길을 잃어 헤매다 죽은 사건 이후 이곳을 이탈리아 뻬르디다라 한다. 초 현실적인 바위들이 가득하다. 한가운데에 독특하게 구멍이 난 곳에서는 모두 인증숏을 찍었다.
가장 열악하다는 Las Piedritas 호스텔. 별로 기대를 안 했고 각오도 단단히 했지만 전기가 들어와 전기 장판도 깔 수 있었고 휴대폰 충전도 가능했다. 다만 더운물이 나오지 않는 썰렁한 세면장에서는 고양이 세수만 해야 했다. 흙먼지 속을 랜드크루져를 타고 달릴 때, 하나라도 놓치는 풍경이 있을까 종일 눈을 부릅뜨느라 따뜻한 장판 위에 들어가서는 아침 모닝 콜이 울리기까지 아주 곯아떨어졌다.
고원에서 맞는 일출을 어떨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잤던 랜드크루져의 기사 한 명이 늦는 바람에 출발이 늦어졌다. 덕분에 일출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그리고 또 달렸다. 라구나 콜로라도를 향해!
해발 4,000 미터가 넘는 곳에서 만난 화산과 호수의 풍경은 최고였다. 유능한 화가가 물감을 풀었다 해도 이만 못했을 것이다. 호수 속에 들어있는 미네랄 성분과 풍부한 플랑크톤은 다양한 색을 띠고있는데 그것을 먹고 자란 흰색과 회색의 플라밍고는 분홍색으로 변했다. 얼마나 많은 지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마치 천국에라도 가듯 홀린 듯 호수로 내려갔다.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던 플라밍고는 놀라서 잠시 하늘을 날다가 좀 더 먼 곳에 자리를 잡는다. 우유니에서 하늘의 반영을 보지 못해 속상했는데 그보다 더 아름다운 플라밍고를 보았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내일의 태양(Sol de Manana)이라는 곳에는 지금도 지열 활동으로 물이 끓고 있었다. 주변에 줄이 쳐 있는 것은 얼마 전 일본 관광객이 가까이 갔다가 죽었다고 한다. 간헐천의 증기가 많이 올라올 때는 최대 50 미터까지 솟아오른단다.
지열로 데워진 물을 이용해 근처에 천연온천을 만들어 놓았다. 여행으로 피곤한 몸을 잠시 뜨거운 온천수에 담그며 주변 경관을 즐겼다.
다시 한참을 달린 후에 도착한 곳은 칠레의 국경. 엄청 거만한 백인은 공연히 트집을 잡으려 해서 짜증이 났지만 조금 전에 보고 온 플라밍고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고 또 참았다.
이 정도는 참아야 했다. 우리는 그 멋진 곳을 보고 오지 않았는가? 국경을 지나고도 한참이나 고원지대를 달려갔는데 이 땅들은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지 텅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