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 나탈레스, 미라도르 라고 그레이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도착한 곳은 칠레 남부의 작은 항구 도시인 푸에르토 나탈레스다. 안데스의 해발 4,000 미터의 고지에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다 보니 해발 3미터 밖에 되지 않는 곳까지 왔다.
다음 날 트레킹이 있어서 인지 별다른 일정이 없이 아담한 마을을 돌아보았다. 농업과 어업이 주업이라는데 작고 분위기 있는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가 많은 것을 보면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큰 것 같다.
강한 바람 때문인지 집들은 높지 않았고 길거리에 배낭을 멘 여행자들이 자주 보이는 것을 보니 국립공원이 가까워진 것 같다. 한산한 마을 풍경은 긴 산행을 떠나거나 돌아오는 이에게 편안함을 줄게다.
북유럽 정도의 백야는 아니지만 오후 8시가 넘었는 데도 대낮처럼 환하다. 숙소 바로 아래쪽에는 큰 강이 있는데 한쪽에는 태평양이 또 다른 쪽에서는 빙하수가 흘러와 만나는 일종의 만이란다.
바람과 빙하의 땅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있다. 그중 세 개의 커다란 화강암 봉우리가 절경을 이루는 토레스 델 파이네는 칠레 남부의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려면 8 시간 이상 등산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저 버스를 타고 멀리서 차창으로만 보았다.
"미라도르라고 그레이"까지는 왕복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숲 길이 끝나고 모래밭을 걸어갈 때 엄청난 바람 때문에 걷기 조차 힘들었다. 높은 산봉우리를 에워싼 구름 때문에 봉우리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옥색 빛 강은 거센 바람 때문에 울렁이며 마구 밀려드는 것이 마치 파도가 치는 것 같다. 건너편 강에 유영하듯 떠있는 조각을 자세히 보니 빙하다. 그레이 빙하가 녹아 내려오는 것이라는데 언제부터 얼어있던 것이 녹고 있는 걸까? 커다란 얼음 덩어리는 침묵 속에 서서히 떠내려 오고 있었다.
페오에 호수 오른쪽 위로 "로스 쿠에르노스" 산이 보인다. 쿠에르노스는 뿔이라는 뜻으로 하얀 화강암 봉우리위를 어둡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백악기 세일층이라 한다. 이 멋진 모습은 빙하가 침식하며 만들어 냈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설산과 작은 들꽃들을 보며 달리고 있을 때 어느새 옅은 안개가 물러가며 바위산에 톱날처럼 치솟은 세 개의 봉우리가 보였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상징이자 트레커들이 꿈꾸는 그 삼봉이다. 부리나케 한 장 찍고 다음 사진을 찍으려 할 때 차는 이미 다른 계곡을 달리고 있었다.
잠깐 세워주면 좋으련만.......
우린 저 모습을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어렵게 온 걸 모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