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해협, 땅끝 마을
12월 초, 지구 반대편인 LA에 들어와 남으로 남으로 20일 동안 내려오다 보니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까지 왔다. 남위 54.8도로 세계 최 남단의 항구도시다. 우수아이아 시가지는 안데스 산맥의 산자락을 따라 형성되어 있었다.
검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수많은 여객선이 정박하고 있는 것을 보니 새삼 큰 항구라는 실감이 났다. 죄수들을 이송하는 대형 차량 때문에 약간 기분이 쭈글 해졌다. 이는 땅끝마을이 예전에 죄수들을 수용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전시해 놓은 듯하다.
비글해협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약 240 킬로미터의 구간이다. 이곳에 있는 섬들은 종종 영토 분쟁에 휘말리곤 하는데 현재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양분하고 있어, 풍부한 광물과 크릴새우는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자주 이권 분쟁을 일으키는 불안한 땅이지만 바다 생물체에게는 더없이 좋은 안식처다.
안데스의 높은 설산에 둘러 에워싸여 있는 세상 끝 섬에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이 멋진 곳에 숙박시설과 위락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으나 환경이 오염되어 바다 생물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니 없는 게 낫겠다.
세상의 끝 빨간 등대 근처에는 펭귄과 바다사자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 11월에서 3월인 요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와~~ 도대체 몇 마리나 되는 걸까?
푸른 섬은 새들의 하얀 배설물과 까만 새들로 푸른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바다사자가 있다. 멀리서 볼 때는 징그러운 애벌레들이 꿈틀거리는 것 같더니 고개를 쳐든 모습이 바다사자 맞다. 여럿의 암놈을 거느리는 탓에 자식이라도 수놈은 없앤단다. ㅠㅠ
그 아래에는 그들이 먹다 남은 것들을 주워 먹는 새들이 진을 치고 있다.
크루즈를 타고 바다 생물을 정말 실컷 보고 왔다. 고래도 볼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바다를 보았지만 가끔 그들이 흔들어대는 통에 물결이 출렁이는 것만 보였고 제주 바다에서처럼 뛰어오르는 것은 보지 못했다.
다음은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있는 "세상의 끝 국립공원"이다. 티에라 델 푸에고는 '불의 땅'이라는 뜻인데 이렇게 불리게 된 것은 옛날 원주민들이 옷이 없어 늘 불을 지피고 살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끝 국립공원까지는 기차를 타고 간다. 과거 이곳에 죄수들을 수용하고 벌목을 시켰다는데 우리가 탄 기차가 바로 그때 사용하던 기차다. 한 때는 죄수들 이송을 위해 쓰던 기차가 지금은 관광용으로 쓰고 있었다.
체험을 위해서인지 좁은 좌석에 3명씩 끼어 타서는 주로 차창을 통해 숲과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았다. 이어폰으로는 과거 죄수들에게 들판의 나무를 벌목해서 집을 짓고 땔감으로 쓰고 다른 곳으로 운송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간에 한 번 내려서 주변 경관을 보기도 했다.
시간이 짧아 멀리까지 가보지는 못하고 호수 둘레길만 걸어보았는데 설산과 호수와 숲이 아름다웠다.
우수아이아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그들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