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중앙선
봄 하면 떠오르는 꽃 중 하나가 개나리다. 아파트 화단에도 드문드문 피어있긴 하지만 관리를 위해 싹둑싹둑 잘린 개나리는 가지 끝에 꽃송이 몇 개가 겨우 남아있을 뿐이다.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은 가늘고 긴 가지가 사방으로 펼쳐져 마치 우리 전통 춤을 추고 있는 여인네의 손끝 같은 아련한 모습인데 말이다.
응봉산이 떠올랐다. 강아지까지 케이지에 넣고는 경의중앙선을 탔다. 응봉역에서 내려 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공무원인 듯한 안내원이 여럿 나와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준다. 영문을 몰랐는데 마침 응봉산에서는 성동구에서 주최하는 개나리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덕분에 팔각정을 오르는 계단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반갑다. 암릉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개나리도, 탁 트인 한강 모습도!
팔각정까지 양옆으로 이어진 노란 물결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산 전체를 뒤덮은 개나리를 가슴에도 담아야 하고 사진으로도 남겨야 하니 느려질 수밖에 없다. 노란 개나리가 햇살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이 나이에도 가슴이 뛴다.
긴 겨울 보내고 꽃을 피운 개나리도 봤으니 올해도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정상에는 체험부스도 설치되어 있고 축제 준비로 사람들은 잔뜩 들떠있았다.
꿀벌 날개를 입은 아가들도 있다.
"꿀벌을 찾아보세요."
체험부스에서 진행요원의 소리가 들린다. 아마 축제 중 저 꼬맹이들의 역할도 있는가 보다.
응봉산은 높지도 않고, 산으로 오르는 입구가 바로 지하철역 옆인 데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리와 탁 트인 한강의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이 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와, 왕벚꽃이다."
왕벚꽃은 벚꽃 중에서도 가장 늦게 피는 꽃 아닌가?
갸우뚱하며 꽃을 살피다 보니 '살구나무'라는 팻말이 보인다.
까짓 거 이름이 뭐가 중요해. 그저 기쁘게 즐길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되지.
이곳은 밤이 되면 꽃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지만 도시의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밤새도록 다리 위를 비추는 가로등, 자동차의 전조등이 만들어 내는 기나긴 행렬, 주변 아파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등으로 도시는 화려하게 변신한다. 그때는 꽃과 산은 조용히 자기 자리를 내어준다.
오래 머물지 않을 개나리를 보니 마음이 더 애틋하다.
봄, 정말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