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꽃섬 하화도

by 마미의 세상


봄꽃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은 '하화도'다. 여수에서 가까운 데다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루고, 2001년도에 개봉한 영화 '꽃섬'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해서 무척이나 궁금했다.

백야도 선착장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섬에 들어갈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대며 잠이 들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까? 하화도로 가는 첫 배의 객실은 누워서 갈 수 없을 정도로 초만원이었다. 잠시 눈 부칠 사이도 없이 섬에 도착했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그 많던 사람들은 각자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어느 코스로 가야 할지 몰라 안내판만 보고 있을 때 몇몇 사람들이 선착장 바로 옆 길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갈 필요 없어요. 이 길이 최고라니까!"

그 말을 믿으며 많은 사람들이 가는 해변길을 마다하고 선착장 바로 옆길로 올랐다.

여수 백야도 선착장과 하화도 선착장


우리는 마치 여인네의 구두 형상을 하고 있는 섬의 발목 부분인 낭끝 전망대로 시작하여 반대편의 꽃섬다리로 향하는 코스를 택했다.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고작 100 미터도 안 된다. 바로 길 옆의 태양광 발전소 울타리 에는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미역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섬이어서일까? 광양과 구례와 달리 화화도는 아직 겨울인 듯하다. 유채꽃은 어디쯤 피어 있을까?


잘 가꾼 산책길에는 바닥에 돌도 깔려있고 위험한 경사길에는 경계목까지 꼼꼼하게 설치되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바다가 보이지 않았으면 그저 동네 뒷산을 걷고 있는 것 같다. 휘파람 새 몇 마리가 계속 따라오며 청아한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여수와 백야도를 잇는 백야대교


"아, 유채꽃이다. 그런데...... "

꽃이 피려면 더 있다 왔어야 했다.

실망하고 있을 때 빨간 피아노 조형물이 보였다. 바로 영화 '꽃섬'에서 어린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몸을 팔았던 옥남의 피아노다. 영화 속에서 현실에서 버려진 세 여자들이 향했던 꽃섬에서 그녀들은 슬픔과 상처를 잊고 치유를 받았다. 완만하고 포근한 섬을 돌아보며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망대 표지판을 보지 못해 낭끝 전망대까지 가지 못했지만 아마 이곳 어딘가로 내려가야 했던 것 같다.


평이한 산길은 갑자기 'ㄴ'자로 꺾였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깎인 낭떠러지는 멋진 작품이 되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탁 트인 바닷길을 잠시 따라가 보니 시집골 전망대라는 표지판 앞에는 배가 한 척 있다. 이는 이 지역 출신인 '김용배' 장인이 하화도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만든 배로 '화정호'다.


하화도에 올 때부터 유채꽃만 찾아 헤맸지만 하화도는 내게 묻는다.

"꼭, 꽃이 피어야만 이 섬이 아름다울까요?"

누군가 동백꽃 아래 떨어진 꽃들을 모아 하트를 만들어 놓았다. 간간이 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있는 야생화가 반갑다.


천남성과 생강나무


"앗, 고라니다."

무심코 먹거리를 찾으러 나왔던 녀석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 때문에 혼비백산해 날뛰다가 숲으로 냉큼 가버린다. 꽃섬 가꾸기의 일환으로 심었다는 아기 동백나무가 활짝 피어었다.


가을에야 피는 구절초를 심어놓은 '순넘밭넘 구절초 공원'도 휑하다. 하지만 순넘 밭넘의 뜻을 듣고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순이가 하화마을 넘고 밭을 너머 간 골짜기를 뜻한단다.


'큰 산 전망대'는 하화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다. 가는 길에는 소나무와 동백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임호상의 하화도라는 시구도 읽으며, 깨를 심은 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깻넘 전망대'도 넘고, 섬의 끝부분인 막산으로 향했다. 쉬엄쉬엄 바다 풍경을 보며 여러 번 산을 오르내리지만 울퉁불퉁한 벼랑 위에는 나무 테크가 놓여 있어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섬 트레킹이 좋은 것은 숲길을 걸을 때 나뭇잎 사이로 종종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망대라도 나타나면 가던 발걸음 잠시 멈추고 한껏 바다풍경에 빠져볼 수도 있다. 간간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도 좋다.

깻넘 전망대


하화도에도 출렁다리가 있다. 꽃섬다리라고 하는데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있는 장구도와 연결했다. 절벽과 절벽을 연결한 다리는 길이가 약 100여 미터나 된다. 바람이 불면 실제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고요한 날씨 덕분에 흔들리지는 않았다. 남편과 강아지를 다리의 타원 안에 담아 인증 숏 한 장!

깍아지른 절벽 아래 큰 동굴이 있는데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콩이 수고했어!


하화도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닌 몽돌 해변인데 넓지도 않지만 굳이 내려가지 않았던 것은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을로 가는 작은 야생화 밭에는 붉은 대국과 노랑제비꽃도 피고 있었다.


어느 해인가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으로 와서 그렸다는 벽화는 이곳이 꽃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상기시켜 준다.


'꽃섬식당'에서의 생선구이 백반은 너무 맛있었다. 솔직히 입맛을 끌었던 것은 먹음직스럽게 컸던 생선구이가 아니라 깔끔한 밑반찬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갓김치'와 톳의 맛을 알게 되었다.


식사하고 내려오는데 선착장 근처에서 할머니가 두릅과 톳, 또 쪽파를 팔고 있다. 한 보따리 사가지고 왔고. 인터넷으로는 갓김치까지 시켰는데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다.


또 한 섬에 다녀왔다. 비록 바라던 꽃을 보고 오지는 못했지만 3시간 정도 바다를 보면 완만한 산책길을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영화 꽃섬 이야기도 떠올려 보고 맛난 먹거리까지 찾아낸 하화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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