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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4. 2018

그러려니 하고 살자

신혼 때의 일이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남편과 시댁에 가기만 하면 시어머니는

"너는 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니?" 

하고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통통(?) 한 나를 쳐다보신다.
세상에 밥 물도 제대로 못 맞추는 새댁이 진밥 선 밥은 해줄지언정, 은행 문 닫자마자 요리책 꺼내어 열심히 
밥을 해주었건만. 결혼 전에도 말랐던 아들의 체질을 왜 새삼 며느리 탓으로 돌리신담 ㅠㅠ

큰 맘먹고 한의원을 찾았다. 남편을 검진한 한의사의 말

 "보약이 뭐가 필요해? 잘 먹고 잘 자면 그만이지"
"이궁~~" 도리어 내 위장약만 지어 가지고 왔다. 그러며 하시는 말 "엄마는 삐치는 성격이 있어...."
그때는 그냥 흘러들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한의사의 그때 그 말이 자주 떠오른다. 난 정말 잘 삐치는 것 같다. 안 그러려고 하지만 고지식 그 자체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 곱게 보아질 리가 없다. 매사 내 맘 같지 않은 세상 사람들에 화가 나서 툴툴거리거나 입을 닫아 버리기 일쑤다.                                               

                                      


누군가 SNS를 통해 보내온  혜민스님의 글

  인생길에 내 마음 꼭 맞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
  난들 누구 마음에 그리 꼭 맞으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내 귀에 들리는 말들  어찌 다 좋게만 들리랴?
  내 말도 더러는 남의 귀에 거슬리리니,
  그러려니 하고 살자

  세상이 어찌 내 마음을 꼭 맞추어 주랴?
  마땅찮은 일 있어도

  세상은 다 그런 거려니 하고 살자.

  사노라면 다정했던 사람 멀어져 갈 수도 있지 않으랴?
  온 것처럼 가는 것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자.


  무엇인가 안 되는 일 있어도 실망하지 말자.
  잘 되는 일도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더불어 사는 것이 좋지만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예수님도 사람을 피하신 적도 있으셨다.
  그러려니 하고 살자.

  
  사람이 주는 상처에 너무 마음 쓰고 아파하지 말자.
  세상은 아픔만 주는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살자.
                                                                                                  

   누가 비난했다고 분노하거나 서운해하지 말자.
  부족한 데도 격려하고 세워주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사랑하는 사람을 보냈다고 너무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인생은 결국 가는 것. 무엇이 영원한 것이 있으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컴컴한 겨울 날씨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자.
  더러는 좋은 햇살 보여 줄 때가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그래, 우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혜민스님-


                                                                                                                   

마음속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에게 딱 맞는 그런 말씀이다.
 " 네 맞습니다. 스님. 아는데요. 그게 그리 쉽지가 않네요. 가슴이 울컥거릴 때마다 휴대폰 켜서 읽어봤건만. 또 오늘은 일부러 한 자 한 자 되새기며 써 봤건만 이 울렁증이 가시지가 않습니다. 갑자기 모든 나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 이게 아닌 줄 알면서 헤어나질 못 하네요. 애꿎은 가족들에게만 쿵쾅거립니다."                                                  

일찍이 눈을 떠 컴퓨터를 두드리다 보면 왜 이리 배가 고픈지. 꿀잠 자고 있는 가족들은 일어날 기미가 없다. 싫어할 줄 알면서도 새벽부터 뚝딱뚝딱  반찬을 만든다. 가족이라고는 두 딸과 남편뿐이건만 요즘은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기도 어렵다. 언제들 일어나려나?


동터 오는 창밖을 보며 오늘은 번뇌가 없는 하루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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