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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5. 2018

내 이름은 가이딸!

“가이 딸년” 냅다 방문을 닫고는 나가신다.

“아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빨래 널 때 남자 옷은 위, 양말은 아래에 있어야 할게 뭐야? 그냥 대충 널어서 말리면 될 것을. 아이 우유병 소독은 때마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기면서 세탁물의 위치가 어디면 어때?”
싸우는 건지 대화하는 건지, 고집 센 우리 모녀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땐 왜 그랬을까? 큰 숨 한 번 내쉬고 그저 “네”하면 되었을 것을.                                                   

                                                                        

국화꽃들이 서로 봐달라고 비좁은 틈에서 활짝 웃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옮기며 그들에게 말을 붙여본다. 
“너 정말 예쁘다. 아우 어쩜 이렇게 화려하고 탐스럽게 피었니?”
그 시절, 나는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꽃꽂이는 그저 바쁜 일상 중에 작은 여유를 찾게 해주는 하나의 취미일 뿐이었으나 엄마에게는 소소한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오늘은 무슨 꽃이니? 어머 소국이네!” 퇴근해 돌아오는 딸보다도 그 꽃에 먼저 눈길을 주던 엄마.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도 하얗고 작은 국화를 좋아하셨다. 
“그까짓 국화가 뭐 그리 예뻐?” 섭섭한 마음에 공연히 어깃장을 놓는다. 
국화꽃 사이에서 엄마가 말갛게 웃으시며 “가이 딸년” 하며 또 눈을 흘기신다.                                                   

“엄마~”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만다. 



“더도 덜도 말고 너랑 똑같은 딸 낳아봐라” 엄마의 악담은 현실이 되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둘! 
요즘 딸들과 말하다가 막히면, 
“나쁜 놈의 새끼!” 
“놈이 아니라 년이라고!” 더 대꾸할 말도 기운도 없다. 공연히 눈물까지. 그럴 때 면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이랬어?” 지금 살아 계시다면 좀 더 잘 해드릴 수 있을 텐데... 정말로 그때는 사는 것이 너무 바빴다. 무지 피곤했고 힘들었다. 그리고 엄마한테는 맘껏 투정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니까! 그런데 이제야 알겠다. 엄마도 나 때문에 많이 상처받고 많이 힘드셨을 것을.
남동생이 군대 가서 홀로 남으신 엄마를 모신다는 핑계로 억지로 우리 집에 오게 한 지 20년, 나 말고 우리 두 딸까지 애써 키워주셨건만 치매에 걸린 지 2년도 안되어 치매요양병원으로 보내드렸다. 소심한 성격에 노인정에도 못 가셨던 엄마는 그 낯선 곳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우셨을까? 

툴툴거리기만 하던 못된 나는 병문안 가서야 엄마의 손을 잡으며 “엄마, 내가 많이 사랑해!” 이가 다 빠져서 발음도 안 되는 엄마도 아이처럼 “나도!” 그제야 처음으로 엄마를 꼭 안아 드렸다. 가슴이 미어진다. 왜 좀 더 빨리 잘해 드리지 못했었는지...

그랬다면 치매에 걸리지 않지 않았을까? 면회만 가면, 어서 집에 가자고 나서는 엄마를 냉정히 뿌리치고 와야만 했다. 그 죄책감에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이삼 년 동안, 나는 경인고속도로 쪽으로는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이제는 가끔, 그것도 내가 외로울 때만 엄마 생각이 난다. 참으로 못되고도 나쁜 딸년이다. 성곽 길 너머 저 푸른 하늘나라에 계시려나? 먼저 가신 아버지는 만나셨을까? 

아직도 “가이 딸년”만을 외치고 계시려나?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사진, 사오 년간 미친 듯이 별별 곳을 다 다녔다. 직장 또 가게에 묶여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30여 년이나 해오던 나는 산으로 바다로 카메라 들고 다닐 때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특히 꽃을 찍을 때는 정말로 행복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꽃이 있었다니!  같은 꽃이라도 빛에 따라 그 자태가 달라진다. 맘에 드는 사진을 찍은 날은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내가 꽃과 같이 있으면 엄마도 행복하시겠지! 

아니, 작은 야생화 하나 찍겠다고 추운 날 산비탈 바닥에 엎드려 있는 걸 보신다면 또 
“가이 딸년” 하시려나? 
“엄마처럼은 안 산다니까!”                                                   


*가이는 개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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