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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7. 2018

우리 집의 소확행

                                        

오랜만에 우리 가족 네 명이 뭉쳤다. 요즘은 가족 모두 밥 한 끼를  같이 하기가 어렵다.
저녁 식사 후, TV를 보고 있던 우리 부부는 산골로 귀촌 한 부부가 산삼을 키우는 것을 보며,
 "오목교 껍데기 집에 가면 2 년산 수삼을 주는데!"
다시 이어지는 드라마 속에 돼지 껍데기가 연거푸 나온다. 참다못한 나는 
"우리 돼지 껍데기 먹으러 가자"
아직 돌아오지 않은 큰 딸은 직접 오라고 하고는 나도 한잔할 생각에  차까지 두고 버스를 탔다. 

 

                                                                   

빵집 할 때는 수시로 일어났던 일이다.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내가 빵 가게 문을 닫은 12시 이후였다. 입시 중인 딸과 미성년자인 딸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술 집뿐이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던 맥주집에서 골뱅이무침을 아주 잘했다. 우리는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온 가족이 야식을 하기 위해 갔다. 작은 딸을 위해 주스를 무료로 주시는 사장님의 친절에 작은 애는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한다.

한밤중에 야식을 할 핑계는 아주 많았다. 미대 입시를 위해 홍대 앞까지 딸을 데리러 간 남편을 기다리느라,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나오는 딸을 데려오느라, 우리가 찾던 곳은 다름 아닌 맥주집이었다.
그렇게 큰 우리애는 어느새 서른을 넘겨 직장인이 되었고 작은 애도 대학교 한 학기만을 남기고 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큰 딸과 나는 아빠의 술 동무를  못해주지만 작은 딸은 자작하려는 아빠의 술잔을 알아서 채워주고 기분도 잘 맞춰준다.

                                                                  

'타닥타닥' 껍데기 익어가는 소리와 창밖의 빗소리가 음악이 된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에 다소 우울했던 기분이 상쾌해진다. 두 딸은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수다가 끝이 없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가 탈까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있는 남편이 그저 믿음직스럽다.
사랑하는 딸들과 남편이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 좋다. 아니 막걸리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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