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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8. 2018

아름다운 할머니?

다리가 불편하고 나서부터는 버스를 타면 늘 맨 앞에 앉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내릴 때야 어떻든 탈 때 편하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데릭 데릭" 소리와 함께  한 좌석 한 좌석  채워지고 있다.

"이봐요. 차비 내야지!"
가물가물 눈꺼풀이 내려오던 차에 정신이 번쩍.
"돈이 없어서 그래요. 이번만 봐줘요"
"안 돼요. 내리세요. 어서!"
차내의 모든 사람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정적이 흘렀다.
"차 안 떠나요! 빨리 내려요."
둘, 아니 셋(할머니 두 분)의 팽팽한 신경전.
맨 앞에 앉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대신 내드려야 하나? 어떡하지?          

                                        

                                                                             

그때 전에 TV에서 본 장면들이 스쳐 갔다. 어떤 교회인가 노인들에게 오백 원인가 천 원씩을 나눠주고 있어

그 돈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이 교회 저 교회 다니기 위해 막무가내로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이뤄진단다.
돈이 없어서?  물론 여의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렇게 당연하게 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벌컥 화내는 

버스 기사를 보니 한두 번이 아니지 싶다. 결국 두 할머니는 내리고 말았다. 미안한 기색이 아니라 삿대질에  

욕까지 퍼부으면서. 정말 돈이 없는데 어딘가 급히 가야 했다면 타기 전에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나도 곧 60이 되고 70이 되겠지. 아름답고 당당하게 늙어 가야 할 텐데...                                                  

                                                                        

얼마 전 작은 딸이  눈이 팅팅 부어 돌아왔다. "무슨 일 있었어?"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냅다 맞았어. 자는 척하며 자리 안 비켜준다고. 엄마, 나 정말 자고 있었거든"
한 시간 이상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하는 딸은 늘 피곤에 절어 있다. 정말 누군지 쫓아가서 따지고 싶다.
나이가 많은 것이 벼슬이 아닌데 그렇게 무례해도 되는 것인지. 요즘 지하철 타면 가끔 보는 장면,
"요즘 것들은 말이야. 예의가 없어...." 어깨에 힘주며 훈장님처럼 연설이 길게 늘어진다. 자기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애써 변명하는 듯하다.
억지로 뺏은 자리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할아버지들, 글쎄...
물론 얄밉도록 자는 척하는 젊은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 건지...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은 이제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어른도 젊은이도.


아직도 아줌마 소리가 듣기 싫은 나도 곧 60이 되겠지.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말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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