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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9. 2018

나도 내가 무섭다

직장 다닐 때 한때 동료들끼리 오너드라이버 열풍이 불었다. 그때 나의 로망은 빨간색 프라이드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것이었다. 그 기대 속에 추운 겨울날 강서 면허시험장에 몇 번이나 갔었는지! 겁이 많은 나는 코스에서 두 번 주행에서 한 번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온 천지를 얻은 듯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후 몇 번이나 차를 몰고 나가려 시도해 보았으나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옆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차를 가지고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렇게 나의 장롱면허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빵집을 운영할 때 여러 가지 기계가 고장 나서 수리를 해야 하거나, 재료를 급히 사 와야 하거나 또 배달을 해야 했기에  운전은 필수였다. 또다시 많은 시간 도로 연수를 받았고 겨우 운전대를 잡고 운전한 지 10여 년, 이제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정도 가셨다. 앞장서서 몇 명의 동아리 사람들을 태우고 출사지를 다니게 되고  지방 근무 중인 남편에게도 내려 다니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그런 내가, 몇 달 전 일자 주차되어 있는 차에 올라 기아를 넣는 순간 차가 움직였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앞 차와의 거리가 채  5미터도 되지 않기에 잘못 밟았다가는 앞차를 들이받을 상황이다. 머리가 하얘졌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살짝 밟은 것이 다행히도 브레이크였다. 짧은 2,3초간의 순간이었지만 아뜩하고 긴박했던 그 순간의 짜릿함은 오랫동안 나를 긴장하게 하였다.


그리고 지난주, 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에 정신없이 운전을 하게 되었다. 머릿속에는 그 일을 생각하느라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때 신호 대기로 서있는 앞차를 발견하고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시점인데 갑자기 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전처럼 주차장이 아니고 속도를 내고 있었기에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였다. 주춤주춤 두 발을 내리고 살며시 브레이크를 찾아 아슬아슬하게 부딪치기 전에 겨우 정지할 수 있었다.

늦은 나이에 운전을 배우셨던 시아버지가 공연히 전봇대를 들이받거나 논밭에 곤두박질치시는 것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이제 내가 그때가 되었나 보다. 이렇게 계속 운전을 해도 되는 것인지...


치매로 돌아가신 엄마의 유전자가 나에게도 있는 것일까?  깜빡깜빡하는 정도가 아니라 요즘은 말을 하다가도 도중에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기 일쑤다. 매일 먹어야 하는 혈압약을 아침에 먹으면 위가 울렁거려 조금 있다 먹어야지 했다가는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가 도대체 기억이 나질 않는다.

100세 시대에 60도 안된 내가 벌써 이리 헤매고 있으니 나도 내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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