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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호 Nov 08. 2016

가상과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홀로렌즈

지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홀로렌즈에 대해 널리 알려졌지만, 2015년 1월에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칼럼으로 적을 당시에는 혼합 현실(Mixed Reality)을 표방하는 홀로렌즈에 대해 아는 이가 적었습니다. 제가 홀로렌즈를 본 것은 자주 방문하는 한 HCI 리서치 페이지를 통해 1월 22일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10 소비자 프리뷰 행사 키노트에 소개된 ‘홀로렌즈(HoloLens)’를 보게 되었습니다. 


2015년 초 세계 가전 전시회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갤럭시 4 노트 때 발표된 가상현실의 오큘러스와 컨슈머 시장에서 기업 시장으로 초점을 바꾼 구글 글래스 등, 아직까지 웨어러블 기기들은 초창기 시장에 지나지 않아 많은 소비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시장의 촉매제 역할을 할 흥미로운 제품을 오랜만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하드웨어 명가, 마이크로소프트

여러분은 마이크로소프트라고 하면 무엇이 처음 떠오르십니까? PC 운영체제 윈도, 혹은 오피스, 애저(Azure)등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흔히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몇몇 국내 전문가들은 별칭으로 ‘하드웨어 명가’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로는 20년 동안 키보드, 마우스를 개발해 온 뚝심, 그리고 최근 내놓은 XBOX360, 서피스 태블릿, 밴드까지. MS 전임 회장이었던 스티브 발머가 주창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략이 이제야 빛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1 - 홀로렌즈 하드웨어]

제가 본 홀로렌즈는 독특한 웨어러블 기기입니다.(사진 1 참조). 구글 글래스나 오큘러스와 달리, 홀로그램으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추적 렌즈와 홀로그램을 처리하는 장치(HPU)가 내장돼 있어 스마트폰이나 다른 PC가 없어도 스스로 동작합니다.


따라서 가상의 3D 콘텐츠를 눈으로 보여주는 오큘러스의 VR 방식과 실물 환경의 어디서든 정보를 받고 볼 수 있는 콘텍스트 기반의 구글 글래스의 AR 방식을 절묘하게 융합하여 정보를 입체적으로 전달해주는 강점을 가졌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120도 확대할 수 있는 특수 카메라와, 키넥트 센서와 비슷하게 사람의 손을 터치하거나 제스츄어 할 때 모션 등을 인지할 수 있는 게이즈 센서(Gaze Sensor)도 장착돼 있습니다. 물론 코타나를 통해 음성 명령을 하고 사운드를 감지할 수 있도록 헤드셋도 달려 있습니다.


[사진 2 - 홀로렌즈 시연 장면]


다시 말해, 기존 미니 스크린으로 보던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의 구글 글래스나, 굴절 렌즈로 확장해 스크린을 켜야 했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오큘러스와는 또 다른 헤드업 웨어러블 기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시각(Computer Vision) 전문가들 사이에선 홀로렌즈가 증강현실 기기인지, 가상현실 기기인지 해묵은 논쟁이 일겠지만 홀로렌즈를 총괄 지휘한 앨 럭스 킵맨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새로운 홀로그래픽 컴퓨팅 장르로 미래의 PC포문을 열었습니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여러분 주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매우 가까운 미래에 여러분은 물리적인 가상 세계에서 데이터를 호출하기 위해 음성과 제스처를 사용하고 그 물리 객체들의 레이어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홀로렌즈가 혁신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윈도 10 키노트에서 홀로렌즈 API와 스튜디오를 간단히 소개되었지만, MS 빌드 2015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해커톤을 개최하여  초기에 파괴적인 혁신 파트너들을 영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그전에 이 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지 파악해야 하는 데, 구글 글래스는 혁신적인 헤드업 기기였지만 프라이버시 난제를 풀지 못해 컨수머 시장에서 쓴맛을 봤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 홀로렌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혁신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기기를 통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스마트폰 앱 시장을 뒤집고 혁신적인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첫째, 홀로렌즈는 톰 크루즈를 주연으로 한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작품인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범죄 리스트를 검색하는 장면은 홀로그램을 매개로 한 인터랙션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XBox에 만일 접목된다면, 헤일로(Halo)나 콜 오브 듀티(Call ofDuty)와 같은 슈팅 게임에 홀로그래픽 3D 게임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합병한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의 한 부분으로 예를 들어 쓸 수도 있겠습니다. 홀로렌즈 소개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은, 놀이터와 운동장을 찾기 힘든 요즘, 개인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가족이 홀로렌즈로 함께 즐기고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 3 - 홀로렌즈를 통한 마인 크래프트 시연 장면]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생각보다 홈 콘텐츠 시장 규모는 매우 큽니다. 구글과 퀄컴은 매직 리프(Magic Leap)사에 약 5억 4,200만 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5,879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매직 리프는 가상현실 하드웨어 및 콘텐츠 개발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기 전 책을 읽어줄 필요가 없이 홀로렌즈를 통해 그 이야기들을 영어나 중국어, 한국어와 같은 다양한 언어로 생생히 전달해 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둘째, 홀로렌즈가 3차원 물체를 빠르게 초기 원형으로 해준다는 점에서 3D 프린터의 보완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3D 프린터의 문제점은 직접 찍어보지 않고는 그 물체가 어떤지 정교하게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여러 번 프린팅해야 하는 데, 홀로렌즈나 AutoCAD, 라이너와 같은 3D 드로잉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생산성을 향상할 것입니다. 덧붙혀, 국내에선 성형외과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에 환자의 데드 마스크에 실제로 매핑해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뒤 샘플을 찍어낸다면 매출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4 - 홀로렌즈의 프로토타이핑 시연 장면]

셋째, 우주탐사 시뮬레이션에 협업 도구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NASA는 홀로렌즈를 통하여 NASA가 갖고 있는 화성에 대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우주선이나 우주선 착륙 프로젝트 중 사용 가능한 시나리오를 선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착륙 시 문제점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 특정한 조건을 주는 시뮬레이션 테스팅에서 홀로렌즈를 이용 가능하다면 스페이스 X버진 갤러아틱와 같은 우주 정복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진 5 - 홀로렌즈를 이용한 NASA와 마이크로소프트 협업 작업]

넷째, 로봇 개발에서 난제 중 하나인 실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알고리즘 테스트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로봇이 잘못 움직여서 부서지는 경우가 많은 경우 홀로렌즈를 로봇에 탑재한다면, 물체와 제스처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로봇의 눈으로 선행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하여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내 경우에는 군인들에게 홀로렌즈를 보급하여 가상 적들의 캐릭터를 넣은 모의 전투 시뮬레이션으로 훈련하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시 말해, 홀로렌즈는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물리적 공간의 접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독특합니다.


입체적 앱 개발 시대로 접어들어

포브스 지에서는 홀로렌즈를 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향후 PC 비전에 다음과 같은 말로 인용해하면서 놀라워했습니다.


단순한 윈도 10 행사인 줄 만 알았는 데, 향후 PC의 미래를 내다봤다.

향후 3차원 공간을 활용한 입체적 앱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스타트업 입장에선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출시하고 소비자 반응을 봐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에선 페이스북과 합병한 오큘리스와 수많은 게임업체들이 차세대 가상현실 게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홀로렌즈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결, 확장하는 서비스가 이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MS가 홀로그램을 통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내놓았다면, 애플은 향후 또 다른 HUD와 애플 TV를 연결한 새로운 타입의 셋톱박스를 출시하지 않을까요? 게임은 고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노스탤지어, 애터리(Atari)의 고향이기도 한데요, 키넥트 원조격인 프라임센서를 합병한 후, 끝판왕 애플의 ‘Next Big Thing’ 이 과연 어떻게 펼쳐 질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P.S 검색 키워드로 "홀로렌즈 API"가 많이 잡혀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링크를 추가합니다. 현재 홀로렌즈는 국내는 판매되지 않고 있으며, 개발자 버전은 1대당 3천 불 정도 합니다. 각종 동영상 데모, 튜토리얼과 소스는 여기를 누르시면 받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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