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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nergist Oct 09. 2018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기

나를 사랑하는 첫 단계, 뉴질랜드에서 시작

*이 글은 18년 2월 18일 블로그에 먼저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카페나 식당, 영화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고, 고기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 힘들다는 고깃집이나 뷔페도 혼자 갈 수 있을 만큼 혼자인 것에 익숙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자유롭게 산다. 다리가 아프면 아무 데나 털썩 앉기도 하고, 여행하다가는 미친 사람처럼 벤치에 드러누워 자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런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내가 왜 여기서는 오히려 튀는 행동 하지 않으려고 하고 눈치를 보는지 궁금해졌다.



호스텔 라운지 빈백에 대자로 누워 있을 때는 정말 세상 편하다. 아예 모르는 사람들과 있을 때 이렇게 자유로운 것을. 하지만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부터 불편해진다. 방에 돌아가면 갑갑하다. 8명이 셰어 하고 있는 도미토리에서 묵었는데, 들어갈 때 인사하고 통성명은 했지만 처음 몇 마디 말고는 오가는 대화가 없다. 얘들은 밤늦도록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하지만(조금 나이대가 어려서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긴 하다), 나는 혼자 조용히 침대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는 메모를 하거나 내일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 그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쟤는 우리와 못 어울린다? 초반에 에어비앤비에 묵을 때도, 피하 비치 도미토리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조금 느낀다. 나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사실을.



나는 사실 한국어를 사용할 때도 꼭 해야 하는 말 이외에는 별로 수다를 즐기지 않는데 영어를 쓰고 있다고 달라질까. 누구와 떠드는 일이 나에게는 약간 고역이다. 오래 이어갈 인연도 아니고, 굳이 얘들이 여기 뭐하러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형식적인 대화 말고는 크게 궁금하지가 않다. 며칠 전 중고차를 보러 다니다가 시간이 잠깐 떠서 공원에 앉아있는데, 근처 철봉에서 운동을 하던 키위가 말을 걸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화 중에 문득 느꼈다. 나는 묻는 말에는 대답을 잘 하지만, 그에게 돌아가는 질문이나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나는 대화 중 서로 할 말이 없어 텅 비는 시간을 정말 징그럽게도 싫어한다. 그게 싫어서 아예 모르는 사람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여행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나의 세계관을 넓히고 여러 가지를 알아간다고.. 하지만 이게 나의 성격인걸? 그럼 누군가는 또 묻겠지. 그럼 너는 왜 여행을 하니? 내가 알던 세상과 동떨어져 혼자 깊게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 자신에 대해 파악하는 게 좋아서요. 혼자 여행하면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게 정말 많다.



그렇다면 시선을 신경 쓴다는 건 나의 내향성을 거부/부정하고,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서가 아닐까? 나는 왜 항상 누구에게든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할까? 만인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순 없다. 이제껏 만나온 수많은 인연 중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으리라고도 생각하지도 않고. 일부러 나쁜 기억을 남겨주고 싶지도 않지만 굳이 좋은 기억만 심어주기 위해 내가 눈치를 봐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것도 내 성격에 반하는 외향성을 연기해가면서. 나는 이렇게 조용히 있으면서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내 일을 하는 게 좋은데.




그래서 나는 앞으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나를 알아가고 나를 이해하고 나 자신이 뭘 하든 떳떳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작인 것 같다. 이제 나의 내향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들이 뭐라 하든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눈치를 보지 않고 살고 싶다. 이게 나의 본모습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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