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엄마와 함께 했던 호주 골드코스트/브리즈번/케언즈 여행. 다녀와서 바로 했어도 모자랄 판에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1년이 지난 후, 영국 내 락다운으로 자가격리 권고가 내려진 이후에야 겨우 여행기 작성과 영상 편집으로 정리를 마쳤다. 그것도 매일 하기 싫어서 꿈지럭댔고... 아 내가 이렇게까지 편집을 싫어했었지 하고 다시 한번 나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어버린(...)
사실 첫 해외여행의 선물로 뜻깊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다큐를 기획했었는데, 장비들 챙기랴 기획서 쓰랴, 현지에서 영상만 신경 쓰다 보면 엄마와의 여행 자체를 즐기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리곤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객 스타일의 영상을 때려 찍었는데.. 돌아와서 클립들을 확인해 보니 이렇게 중구난방일 수가. 역시 좋은 작품은 지나칠 정도의 기획력과 계획이 필요하다.
어찌어찌 컷 편집 정리와 1차 컬러 그레이딩을 하고 났는데 (당연히) 컷들이 붙질 않으니 한참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모션 작업한 것도 참 아득하기만 해서 다시 손에 익힐 겸, 트랜지션도 줄 겸 모션을 발라버렸다. 컨셉도 없고 그냥 중구난방으로 바르긴 했지만 영상 찍은 게 구리니까 모션으로 현혹시키려는 의지. 키네틱 타이포그래피 같은 텍스트 모션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브런치의 줄글을 옮기자니 영상 호흡이 너무 빨라서 작은 줄기들만 옮겼다.
엄마한테 보내기 전에 누구한테 피드백을 좀 받을까, 하다가 아 피드백받아도 더 이상 수정 못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140여 일간의 자가격리도 끝나고 내일부터 일터로 돌아가는 마당에 나는 다시 프로그램 못 돌린다!! 오타 정도만 발견되면 수정해서 엄마한테 보내 드려야겠다. 어차피 링크로 줄 거 유튜브로 먼저 게시해버렸는데, 사진 찍히는 것도 강렬하게 싫어하는 엄마가 이 영상을 본다면.. 쥐구멍에 숨고 싶어 할지 예상치 못한 영상에 즐거워할지 궁금하긴 하다. 코로나로, 장마로 몸과 마음이 다 지쳐있는 엄마에게 깜짝 선물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