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의 기술
서점에서 산책하다가 주웠다. 이 정도 득템은 쉽지 않은 일인 데다 2020년 연말에 시작해서 2021년을 여는 첫 책으로 읽었다는 의미를 더 부여해본다.
단순히 재미있기만 해서는 아니고, 이 저자를 통해 내가 좋아할 법한 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데, 그는 <YG와 JYP의 책걸상>이라는 팟캐스트에서 책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쉽지 않은 ‘책 취향’이 어딘지 모르게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어떤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접하기 전에 먼저 그 책을 읽고 팟을 듣고 있다. 그러면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이미 그 책을 읽은 친한 친구와 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다.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이 코로나 시기에 얼마나 소중한지.
작년부터 해오고 있는 MBTI 공부 모임에 이 책을 소개했더니, P의 성향을 가진 언니들이 기함했다. <여행 준비의 기술>이라는 책 제목도 충격적이지만, 그 책을 읽고 소개하는 것도 만만찮게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꽤 J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저자에 준하는 여행준비러라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말이다.
그날은 한 매체의 출판면 한 면을 가득 채운 어떤 번역서를 사러 서점에 간 것이었는데 그 책을 찾으러 가던 길에 신간 평매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서문을 몇 줄 읽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오늘은 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장 그르니에의 <섬>을 발견한 까뮈 정도는 아니다. 그도 나도.
아껴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릴 뻔했지만 이렇게 맘에 드는 책은 흔치 않은 걸 알기에 하루에 한 챕터 이상 읽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설렜다. 재미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가고 싶은 그 마음, 여행을 준비하고 싶은 그 마음 때문일 것이다.
여행준비의 기술 / 박재영 / 글항아리
2020.12.19-20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