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서재
페북에서였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은 것은. <아무튼, OO>이라는 시리즈를 어디선가 접하긴 했는데, 서재라니 무턱대고 주문했다.
“밝은 빛이 스며들고 정갈한 책상 하나로 이루어진 당신만의 서재를 가지는 일이 당신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서울의 집 값이 일 년 사이 5억 3천만 원이 올랐다는 기사를 본 날, 하필 이 글을 읽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만의 책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인 이상도 불러왔다. 책상이 없는 사람은 재산이 없는 사람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사람이라나. 아무리 이상이라도 그렇지 집이 없지, 책상이 없나. 울컥한다.
그렇다. 우리 집에도 2m 길이의 거대한 책상이 있다. 유일하기도 한 이 책상은 둘이서 재택근무를 하는 통에 온갖 데스크톱과 노트북들, 아이패드와 사무용품들이 혼재한 상태다. 거기다 삼시 세 끼를 먹을라 치면 노트북은 접고 쌓여있는 책들은 한쪽에 치워두고 밥그릇, 국그릇, 반찬 그릇을 놓고 식사를 해야 한다.
언젠가 멋진 집을 짓고 해가 잘 드는 곳에 큰 창이 있는 서재를 꾸리고 싶지만 내 책들은 부모님 집에 내 방 한 가득, 회사 숙소로 쓰는 지방의 오피스텔에도 한 가득, 주중에는 남편이 나는 주말에야 오다가 최근 재택근무로 머무는 시간이 조금은 더 길어진 우리 집에 조금 있다. 제주로 이사를 오가며 꽤 많은 책들을 정리했지만... 버리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한다.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조선 클래식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서재는 조선, 공예, 아나키즘으로 직설적으로 채워져 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제목을 아무튼 서재라고 썼지만 사실은 닥치고 서재라고 말한다 싶을 만큼 서재를, 책장을, 책상을 강권한다.
‘내가 나만의 서재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별 볼 일 없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가 되었을 것이다.’
책 꽤나 읽은 사람답게 저자는 자신의 일과 직업을 전후좌우를 살펴 통찰력 있게 소개한다. 또 자신의 성향이 닿은 아나키즘에 대한 설명도 분명하다. 그런데, 어딘지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 싶다. 죄다 궁서체랄까.
공예라는 실무의 영역에 책은 질감을 더하고 격조를 부여했을 텐데,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공예를 단지 실용적인 영역으로 보고 함부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들이 책을 덜 읽은 탓이라고 할 수밖에.
뭐 이렇게 보자면 저자의 말대로, 나 역시 책을 좀 덜 읽었다면 지금의 나보다 꽤 형편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 서재’, ‘언젠가 서재’
아무튼, 서재 / 김윤관 / 제철소
2020.12.21-20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