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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May 29. 2022

콘텐츠 마케터지만, 인기 없어도 되는 글을 씁니다

꼭 그럴거예요

벌써 두 권이나 책을 낸 작가이면서도 바쁜 틈을 쪼개 내 비루한 글을 빠짐없이 읽어주는 나의 벗, 진초록이 말했다.

너의 글은 사람을 울리는 힘이 있어


'울린다'는 표현이 엉엉 cry인지 심금을 울리는 것인지 이제와 퍽 궁금해졌지만 어느 쪽이든 황송하고 또 황송하니 재차 확인은 안하기로 한다. 언니는 몇 년 전 - 진초록으로 첫 책을 낼 때 즈음 - 부터 나에게 책을 쓰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휴- 내까짓게 무슨 책을, 어떻게 책을 써. 책은 아무냐 쓰냐고"라며 진심을 다해 손사래를 쳤다. 진심이었다. 본업을 마치고 와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써내는 요즘의 작가들을 존경했다. 그들의 의지를, 엉덩이 힘을, 글감이 꽉 차 있을 그들의 머릿속과, 문장을 지어내는 그 손 끝을.

내가 일하는 곳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나는,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내 글이 인기가 없을까봐 무서워서 시작을 안 했는지 모른다. 기업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어언 8년을 살면서 생긴 직업병(?)은 '성공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다. 무조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 더 재미있고 더 유용하고 때로는 더 자극적인 것. 썸네일을 이렇게 할까? 제목을 저렇게 써볼까? 요 아이템은 분명히 먹힐거야- 뭐 이런걸 365일 생각하며 살다보니, 편하게 내려놓고 내 글을 쓰고 싶어 시작한 브런치에서도 똑같은 강박투영하고 있었던거다. 게다가, 정말 몇 달에 한번 찾아오는 나태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글은 포털 메인에도 잘 걸렸고(감사합니다), 그럴 때마다 구독자도 자꾸 늘고 댓글에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글에선 I인척하는) 모태관종 E인 내가 더 부담을 느꼈던 것도 있다. '아... 다음에는 뭘 써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러면서.


그러다보니 6개월이 훅 지났고, 글을 안 썼다고 딱히 의미 있는걸 한 것도 아니었으며, 취미 생활만 잃었다. 그리고 언젠가 책을 내겠다는 먼 미래의 꿈에서는 더욱 멀어지고 있었다.


(울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정승제 쌤이 그러더라.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하면 돼요.
그냥 쭉 하면 돼.
세상엔 꾸준히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없거든.
그러니까 열심히까지도 필요없어.
그냥 하세요.


그래서 난 다짐했다. 글을 써야지. 냉담하다 고해성사 보는 듯이 몇 개월에 한번 와서 토해내듯 쓰는 그런 글 말고, 여행을 못 가서 영감이 없다는 (개)소리는 그만하고, 회사에서도 내내 글을 쓰느라 진이 빠졌다는 핑계도 집어 치우고. 써야겠다. 냥 써야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훗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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