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가 죽는다는 오사카
이게 몇 개월만의 해외여행이던가.
9월 방콕이 마지막이었으니 얼추 반년이 지났다. 회사 일이 미치게 바빴던건 아닌데 항상 스탠바이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어서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그나마 삼일절 찬스를 써서 겨우 이틀을 내고, 주말을 껴서 3박 4일동안 오사카/교토에서 알차게 놀았다.
이번 여행의 메이트는 나의 6년지기 남자친구. 그저 애인이 아닌 둘도 없는 친한 친구이자, 어떨 땐 든든한 내 보호자가 되어주는 사람. 이 사람의 군 대체복무가 이번 2월에 드디어 끝났다. 이말인즉슨, 우리가 이젠 3년간의 '출국금지령'을 벗어나 둘만의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단 말씀! 그래서 이번 여행은 제대 기념으로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 여행을 택하게 됐다.
DAY 1
우리 비행기는 오전 9시 #제주항공. 새벽의 공항은 언제나 묘한 느낌을 준다.
남친 찬스로 #인천공항 #마티나라운지. 가짓수는 얼마 안되는데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이때부터 먹방이 시작되었는데.....
오사카까지는 비행기타고 대략 1시간 반 정도.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하니 아직도 오전 11시도 안 된 시간. #난바(Namba)에 있는 호텔로 가기 위해 #공항리무진 표를 구매했다. 왕복으로 1인당 1850엔, 약 한시간 정도 걸린다.
우리가 택한 호텔은 #몬테레이그라스미어오사카. 1박에 세금포함 12만원 정도. 공항리무진 정차역인 OCAT 바로 옆에 있다는게 최대 장점인 것 같다. 도톤보리까지는 은근 걸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항가는거 이외에는 크게 장점은 없는 것 같다. 내부 인테리어는 고풍스럽지만 일본 호텔이라 역시 작다. 다음부터는 우메다 비즈니스호텔에 잡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톤보리. 날씨가 정말×1000 좋았다. 2년 전에 왔을 때 보다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여전히 사람 많고 복잡한 거리.
오사카에 도착하자마자 먹은 첫 음식. #타코야끼. 맛집 안 찾아다니고 그냥 도톤보리에서 사람들이 줄서 있는 집으로 갔다. 맛은 다 거기서 거기니 굳이 찾아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8개에 650엔.
해가지는 도톤보리. 2월 말 기준 오사카 날씨는 최저로 떨어져도 영상이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저녁에는 꽤 추웠다.
저녁으로 #이치란라멘 먹으러! 내가 오사카에 간 이유이기도 하다. 두 그릇 먹고 밥 말아먹고 싶은 맛이다. 개인적으로 '담백/비법소스 2배/약간 질긴면' 조합을 추천한다. 김과 계란 반숙을 추가하면 짱맛! 가격은 1천엔 내외. (아.. 한그릇 더 먹고 올걸)
먹고 나오니 어느새 완연한 밤. 길에서 당고를 사먹었지만 맛있는 당고는 아니었음. 한큐백화점 지하에서 파는 당고가 맛나다.
저녁 2차를 먹으러 갔다. 다들 #쿠시카츠 줄 서고 있었지만 우린 바로 옆 까만 간판의 #텟판진자(철판신사)로 입장. 지하로 내려가면 된다.
쿠시카츠가 죄다 한국인이라면 여기는 죄다 일본인들만 있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어주는 왁자지껄한 일본어와 철판에서 꼬치가 지글지글 구워가는 소리, 담배연기와 음식 냄새가 흠뻑 물들어 있는 곳. 내가 일본에 와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꼬치의 가격은 싸지 않다. 일단 기본 상차림이 1인당 320엔, 1인당 꼬치 5개 주문이 의무다. 꼬치 가격은 150~250엔. 아스파라거스 돼지고기 말이와 닭날개 구이가 제일 맛있다. 나마비루 또한 굿.
DAY2
첫 날이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 위주였다면 둘째날은 우메다를 비롯한 오사카 전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일단 아침을 먹으러 고고.
밥을 먹으러 나섰을 때는 오전 10시. 난바의 대부분 상점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일본 가정식'을 검색했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야요이켄. 24시간 운영한다.
내가 고른 메뉴는 '사바미소', 고등어 된장조림이다. 간혹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 사바미소를 보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먹어보지 않았지만 예상 가능한 짭쪼름 달달함의 조화랄까. 역시나 사바미소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된장소스가 부드럽게 스며든 고등어는 정말 밥도둑이었다. 고등어 한덩이 더 나왔으면 밥을 한 그릇 더 퍼다 먹을뻔 했다. 한국의 고추장 고등어 조림보다는 덜 자극적인 맛에 국물에 밥을 쓱싹쓱싹 비벼 먹기도 좋았다. 고등어를 국물에 푹 젹서서 한입, 밥 위에 올려서 한입. 냠냠.
#오사카성은 이전에도 여러번 가봤지만 오사카가 처음인 짝꿍을 위해 들렀다. 가기전에 역에서 주유패스 1일권을 샀다. 가격은 2300엔. 오사카성(600엔), 우메다 공중정원(1000엔), 헵파이브(500엔) 등이 무료니 일정을 잘 짠다면 이득이다.
우리가 여행하는 내내 하늘 색깔이 이렇게 푸르고 예뻤다. 빛이 좋으니 사진도 잘 나온다. 바람은 좀 불어서 쌀쌀했지만 사진에는 바람이 안 보이니까. 사진만 잘 나오면 됐지 뭐.
잠시 관광을 했으니 본업인 먹방으로 돌아가본다. 여행을 가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맛집 중 하나인 #도쿠마사. 카레우동이 유명한 곳이다. 오사카성 주위에 먹을만한 곳이 없어서 그런지 줄이 꽤 길었다. 30~40분 정도 기다렸다.
도쿠마사는 난바의 여느 음식점과 다른 정겨움이 있다. 서빙을 하시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한분씩 계시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60대 정도. 바테이블 너머 보이는 주방에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장인 포스를 내뿜으며 카레를 끓이시고, 계산 카운터에는 거동이 힘들어 보이시는 할머니 한 분이 연신 '아리가또 고자이마시타'를 나긋나긋 말씀하신다.
우리가 시킨건 카레우동 하나와 쯔유를 부어먹는 국물 없는 우동 하나(사실 이름이 기억이 안남). 카레우동에 들어있는 카레의 맛은 사실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인데, 핵심은 우동면이다. 굉장히 두꺼운 편인데 어찌나 쫄깃쫄깃 적당히 잘 익었는지 그 식감에 자꾸만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쯔유를 부어먹는 우동은 이런 우동의 식감을 더 담백하게 느낄 수 있다. 카레우동 정식에 함께 나오는 달걀밥은 아랫 부분에 간장소스가 들어 있다. 남은 카레국물을 잘 섞어 노른자를 터뜨려 한입 하면 여기는 천국.
우메다로 이동해 그 유명한 #시아와세노 팬케이크를 먹으러 갔지만 줄이 이렇게 길었다. 포기하고 다시 트립어드바이저를 꺼내 #팬케이크를 검색하고 아무데나 들어갔다.
그렇게 먹게 된 #브라더스카페의 팬케이크.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맛이다. 폭삭폭삭 부드러운 맛. 시아와세노의 것도 비슷했겠지 뭐. 나는 집에서 엄마가 구워서 버터 발라주는 핫케이크가 제일로 맛나다.
저녁에는 일본에 사시는 이모와 #우메다에서 약속이 있었다. 오사카에 갈 때마다 수고를 마다 않고 나와 내 친구들, 가족들을 가이드 해줬던 우리 이모. 이모가 한국에 가깝게 살았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날이면 날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나 수다 떨었을텐데. 그래도 낯선 땅 일본에서 당찬 커리어우먼으로, 이제는 성인이 된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이모가 자랑스럽다.
이모가 나와 짝꿍을 데리고 간 곳은 #우메다 #누차야마치 거리의 한 스페인 음식점. 한국의 스페인 음식점과 달랐던 메뉴는 엔초비 베이스의 딥에 찍어먹는 저 채소들!
후식까지 배터지게. 잘먹었습니다 이모.
벌써 둘째 날 끝.
DAY3 교토는 다음 브런치에^^
DAY4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3일을 꽉채워 놀고(먹고) 난 마지막 날이라 몸이 천근만근. 그래도 일본에서의 마지막 끼니를 알차게 먹어야 한다(!)는 일념 아래 다시 숙소 앞 도톤보리를 찾았다.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러 #치보로!
치보야 워낙 유명한 집이라 블로그 포스팅이 많지만 난 처음 가봤다. 이제까지는 관광지로 오사카를 왔다기보다 이모집에 놀러간다는 생각으로 왔었고, 현지인들은 보통 이런 관광지 맛집은 잘 오지 않기에.
마요네즈를 엄청 잘 뿌리던 멋진 일본 오빠.
먼저 오징어를 추가한 #야끼소바. 오징어가 정말 부드럽다. 야끼소바는 상상할 수 있는 맛!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어서 오사카 갈 때마다 챙겨먹는다. 마요네즈 등의 소스를 더 뿌려먹어도 맛있다.
메뉴는 #히로시마야끼로 시켰는데 대성공. 이전에 먹었던 오코노미야끼들은 밀가루에 해산물, 고기 등의 재료를 넣고 반죽을 굽는다는 느낌으로 만든거라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리면 느끼한 맛이 강했다. 그런데 히로시마야끼는 아주 얇은 전병 같은 밀가루 부침 위에 양배추를 산처럼 올려 오랫동안 익히다가, 그 위에 야끼소바에 들어가는 똑같은 면을 볶아 올리고 가운데 해산물과 고기를 넣는다. 밀가루 반죽이 싫고 면이 좋은 나에게는 딱이었다. 강추! 평소에 오코노미야끼 1/4조각이면 끝인데 이건 반이나 먹었다.
옆 테이블이 먹는걸 봤는데 파가 잔뜩 올라간 것도 맛있어보였다.
이렇게 마지막 끼니까지 알차게 먹고 4시반 비행기 타러 간사이 공항으로. 집에와서 몸무게 재보니 2kg 획득.
오사카가 사실 먹는 것 위주의 여행이었다면 하루 당일치기로 갔던 교토에서는 일본의 정서를 흠뻑 느끼고 왔다. 기모노 입고 신사도 거닐어보고, 달콤 쌉싸름한 말차 디저트도 즐겨가며. 교토편은 다음 브런치에서!
P.s. 모든걸 같이 먹어주고 함께 살쪄준 남친 고마워. 다음 번 여행에서는 덜 힘들어하고 멋 안내고 옷도 따뜻하게 입고 잠투정도 안하는 더 성숙해진 내가 되어볼게^^^^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yoooons/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