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거닐다 빠질 수 없는 먹방
<사진으로 보는 오사카 먹방여행>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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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사실 다섯번째 방문이다.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비행기를 탔던 열여섯살 때도 목적지는 오사카였다. 그만큼 이모가 있는 오사카는 나에게 관광지라기보다 서울을 떠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휴식처에 가까웠다. 특히 핑크색의 바람이 불어오는 봄이나 햇빛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이면, 왜 그렇게 일본에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또 오사카를 찾았다.
이제까지 내가 오사카의 향수에 젖어 있었다면, 교토는 이제부터 그리워할 공간이다. '너무 자주 왔으니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일본은 당분간 바이바이야'라고 생각하며 오사카행 비행기를 탔지만, 돌아오는 활주로에서 나는 다른 다짐을 했더랬다.
올해 안에 다시 교토에 와서
그 땐 며칠 동안 교토에만 있을거야
꼭.
우리가 교토로 떠난 날은 셋째날.
난바에서 우메다 역으로 가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다. 여기서 #한큐패스(800엔)를 구입했다. 사실 우메다부터 가와라마치역까지 편도가 400엔이기 때문에 한큐패스를 산다고 이득은 없었지만, 그 이상 기차를 타야하는 경우라면 이득이다. 아라시마야를 간다던가. 한큐패스 구입에는 여권이 필요하다.
너무 럭키하게도, 우리가 일본을 여행하는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다. 기차에 앉아있는 내내 햇빛이 강렬해서 눈이 부셨지만 커튼을 치고 싶지 않았다. 겨울 내내 따사로운 빛에 굶주렸으니까.
몸이 더워지면서 잠이 솔솔 왔다. 맞은 편에 앉은 일본인 부부의 나지막한 대화가 꿈결에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일본인 부부 중 남편은 앞을 보지 못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그 분은 끊임없이 다른 곳을 응시하고, 아내 분은 끊임없이 남편을 바라봤다. 그렇지만 계속 웃었다.
가와라마치역에 도착하자마자 #기모노체험을 위해 예약해둔 #쿄에츠 #신쿄고쿠점으로 직행.
이렇게 예쁜 길에 감탄하다 보면,
그 옆에 쿄에츠가 있다. 기모노를 고르고 입고 헤어까지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되도록 빨리 가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입고 돌아다닐 시간이 길지 않다. 예약은 필수!
다들 빨강, 노랑, 분홍 같은 밝은 원색을 고르는데 나는 이것밖에 눈에 안들어왔다. 그나마 더 진한 색을 고르려다 이걸로 초이스! 고르는데 5분도 안걸렸다. 신사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니 생각보다 예뻤다. 미리 만난 벚꽃.
교토에서도 빠질 수 없는 먹방! 짝꿍이 찾아낸 돈까스 맛집으로 총총총.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부타고릴라. 돈까스로 상도 받은 곳(?)이라며 짝꿍이 추천해서 가게 된 집이다. 교토 오면 다들 백식당이나 규까츠를 먹으러 가는데 우리는 남들 안가는 맛집에 가보기로 했으니 여기로 결정.
메뉴는 간단하다. 로스까스 하나와 가츠동 하나를 시켰다.
소스가 세개 있는데 가운데 빼고는 샐러드 드레싱이다. 우리는 모르고 세개 다 접시에 고이 덜어놨다가 돈까스 하나씩 찍어먹어보고 깨달았다 하하. 맨 오른쪽 드레싱이 돈까스를 찍어먹어도, 샐러드에 뿌려먹어도 맛있다. 땅콩인가 참깨인가.
돈까스의 육즙이 보이는가? 기름 없이 촘촘한 육질은 '내가 비싼 고기를 먹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고급졌다. 촉촉한 육즙이 살아있고, 얇고 바삭한 튀김옷이 적당히 간을 맞춰준다. 소스를 찍지말고 그냥 한번 먹고 테이블 옆에 비치되어있는 겨자를 찍어서 한번 먹고. 겨자 찍는게 진짜 맛있다. 물론 같이 나온 소금을 살짝 찍어도 굿
가츠동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던 그 국물 있는 가츠동이 아니다. 계란도 없고 간장소스도 없다. 밥위에 짭조름한 김가루가 올려져있고 그 위에 돈까스와 단호박 튀김, 양파튀김이 올라간다. 그리고 돈까스소스와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다. 국물 가츠동이 아니라서 당황했지만 돈까스 자체가 워낙 맛있으니 어떻게 먹어도 맛있었다.
가츠동을 먹으면 흰 밥이 약간 남는데, 같이 나오는 된장국에 말아먹으면 별미다. 개인적으로 미소된장국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부타고릴라의 된장국은 진해서 아주 좋았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준다.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야사카신사.
기모노를 입은 처자들이 활보하니 그 자체로 그림이 된다.
야사카 신사를 갔던 이유는 기모노를 입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기요미즈데라와 산넨자카, 니넨자카가 가장 유명한 관광지지만 길이 좁은데다 사람이 많아 사진을 찍기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처음엔 은각사와 철학의 길 쪽으로 가보고자 했지만 도저히 게다를 끌고 거기까지 자신이 없는거다. 최종 선택이 야사카신사였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어디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 안쪽까지는 관광객이 잘 들어오지도 않아서 쉬엄쉬엄 볕 아래 산책을 하기도 좋았다.
야사카신사에서 나와 기온거리로 들어갔다. 상점들이 정말 많다. 시간이 많았다면 하나하나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다음 여행의 목적으로 간직해두기.
교토에 오면 요지야 카페를 많이 간다지만, 우리는 역시 트립어드바이저를 활용해 현지인이 많이 간다는 맛집을 찾아냈다. 바로 #말차디저트 전문점 #사료츠지리. 대기 줄은 길었지만 내부에 자리가 꽤 넓어서 금방 들어갔다. 1층은 다른 가게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우리가 시킨건 #말차파르페와 #당고인절미세트?
말차파르페는 굉장히 진한 녹차맛이 난다. 흔히 초록 색소와 녹차향만 가미한 한국의 녹차디저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크림조차 진한 그런 맛. 녹차 덕후인 나에겐 정말 최고였다.
당고는 흔히 아는 그런 당고인데 저 콩고물에 숨어있는 아이들이 정말 신기한 식감이었다. 우리나라 인절미를 생각하고 시켰는데, 잉?약간 물컹물컹하다고 해야하나. 아무래도 공대박사가 아니라 요리박사인 것 같은 짝꿍은 떡을 먹어보고는 "찹쌉을 어떻게~ 오래 치대서~ 블라블라~"라고 분석을 했지만.. 나는 1도 모르겠는 것. 굳이 비슷한 식감을 찾아내자면 한창 신기한 모양으로 유명했었던 물방울떡이랑 비슷하달까. 여튼 맛있었다.
카페에서 나와 아주 조금 걸어다가 사람이 많은 옆길로 새면 거기가 #하나미코지거리다. 교토의 그 어떤 곳보다 이 길을 추천한다. 거리 그대로 가장 일본스러운 곳. 사람 사는 곳일테니 구석구석 조용히 돌아봤다. 운이 좋으면 마이코를 볼 수도 있다는데 못봐서 짝꿍이 어찌나 아쉬워하던지.
여행 후 가장 생각나는 곳. 한국에 봄빛이 가득차고 벚꽃이 피면 더욱 생각날 그런 곳.
#청수사(기요미즈데라)로 가기 전에 기모노를 청바지로 다시 갈아입었다. 4시간도 못입었지만 사진 예쁘게 찍었으니 충분히 만족. 청수사에 올라가던 5시반 경의 모습. 해가 지기 시작했다.
청수사에 올라오니 5시 50분. 헉, 근데 여기 6시에 닫는단다. 나는 기요미즈데라를 전에도 봤던 적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처음와서 10분밖에 못본 짝꿍에게 좀 미안.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에 나와보니 여기 상점들도 6시에 칼 같이 문을 닫는다. 상점 구경을 못한 건 아쉬웠지만 사람들이 빠져나간 거리를 천천히 걷는 것도 좋았다. 노랗고 빨간 불빛에 어스름이 더해지며 이국적인 느낌이 배가 되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역 쪽으로 왔다. 원래 난바에 가서 밥을 먹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서 교토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역시 트립어드바이저를 꺼내들고 #회전초밥 검색하기. 선택받은 곳은 #초지로스시.
한시간을 넘게 기다렸던 것 같다. 아이패드로 주문이 가능하다.
스시는 원래 맛있는데 배고플 때 기다렸다 먹으니 더 맛있을 수 밖에. 하지만 다른 곳의 스시보다 특이하거나 엄청나게 맛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비싼 접시를 여러번 시켜 먹었는데도 둘이 합쳐 6천엔 정도 나왔으니, 가격적으로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집에 가자.
이렇게 하루종일 열심히 놀고 난바로 돌아왔다. 난바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서울로 돌아왔다.
교토.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내가 일본에 또 들른다면 목적지는 반드시 교토가 될 것이다. 서너흘 머무르면서 아라시야마 대나무숲도 가고, 은각사와 철학의 길도 거닐고, 기온 거리에서 못다한 쇼핑도 해야지.
아, 기모노는 한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