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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Jan 05. 2017

"팀장님, 저 휴가 다녀올게요"

나에게 주는 신년 선물 - 두 개의 비행기표

2017년이 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일을 열심히 하자, 공부를 하자, 살을 빼자,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바로 '해외여행을 3번 나가자!'

여기에 국내 여행은 플러스 알파로+




올해는 사실 신년계획을 안 세웠다. 이미 한 달 전부터 개봉한 2017 다이어리는 2016년의 대미를 장식한 12월의 하드워킹을 대변하듯 빼곡한 메모들로 가득차 있다. 보상심리라고 해야할까.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하며 충실히 살아내고 있는데 신년 계획이라니. 더 이상의 숙제는 필요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대신 지난해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 신년 선물을 주기로 했다.


마침 2017년 달력의 혜자스런 빨간 날들은 어서 나에게 스카이스캐너로 접속하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휴일을 끼면 하루 이틀 휴가니 그 동안 무슨 일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두 건의 비행기표를 질렀다. 하나는 삼일절 연휴에 이틀을 휴가내고 오사카로, 다른 하나는 5월 초 황금연휴에 하루를 휴가내고 홍콩으로. 선결제 후 보고를 했다.


팀장님, 저 휴가 좀 다녀올게요


사실 먼저 결제했으니 "다녀와도 될까요?"는 불가능했다(팀장님 죄송).


인증. 자랑질.


세상에 여행을 결정하는 순간만큼 짜릿하고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일이 있을까? 내가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이겠지만,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선물박스를 배송 받을 날짜를 정하는 기분다.


여행의 즐거움의 반은 준비하는 시간에서 온다. 막상 가보면 별로인 여행도 있지만 준비의 설렘은 언제나 배신이 없다.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를 검색하는 행복감이란. 호텔스컴바인부터 에어비앤비까지, 마치 그 많은 숙소를 다 가볼 사람처럼 꼼꼼히 물색한다. 이미 마음은 호텔에 짐을 풀었다. 새 집으로 이사가는 설렘을 여행을 통해 느껴본달까.


그 다음은? 역시 맛집 검색이다. 하노이에 같이 갔던 친구가 "너 정말 먹으러 왔구나?"라며 놀랐을 정도로 난 여행에서 먹방을 최고로 중요시한다. 때문에 나의 구글맵은 전세계의 맛집들을 표시해 놓은 별천지라고 할 수 있지. 이미 오사카와 홍콩에서 먹을 음식들을 엑셀에 정리해놨다. 디저트까지 하루 다섯끼는 기본이다.


그 다음은 쇼핑리스트다. 각 도시에서 꼭 사와야 할 물건을 검색하고 그러다보면 필요 없는 것도 잔뜩 사오고.. 뭐 그래서 서울 오면 안쓰고.. 그러지만 그래도 이게 여행의 묘미니까^^ 아 참, 면세점도 놓칠 수 없다. 백화점 가서 사면 호구되는 것 같은 립스틱은 꼭 면세점에서 사야한다. 인터넷 면세점을 활용하면 4만원짜리 입생틴트를 2만원 중반에 구입할 수 있다고. 남친은 같은걸 왜 자꾸 사냐고 모르는 소리를 하는데, 하늘아래 같은 색조 없다(진지). 게다가 적립금을 모으는 내공이 생기면 20만원짜리 가방을 반값에도 겟하는 엄청난 행운을 맛볼 수도 있다(왕진지).




물론 쥐꼬리 월급 받고 사는 월급쟁이 주제에 이렇게 쇼핑까지 하려면 여행의 출혈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러려고 평소에 거지처럼 사는걸요....?

 

아 신난다 신나.

다녀오면 10월 추석연휴를 준비해야지.


이상, 여행 날짜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텨가는 미생 직장인의 설렘가득 일기였슴다.


저의 설렘이 여러분께도 행복으로 다가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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