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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Jul 14. 2017

좋은 사수가 되는 일

"나도 팀장이 처음이야"

새로운 회사에 온지 3주째.

본의 아니게 4명의 신입의 사수가 됐다.

아.. 이게 아닌데.. 난 아직 준비가 1도 안됐다고.



한 번도 경력을 뽑은 적이 없다는 이 회사에서 난 모든 이들에게 신기한 경력직 대리다. 와보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날 말똥말똥 쳐다보는 한 달짜리 수습 사원이 네 명. 도대체 왜 대표님은 이력서도 내지 않은 나를 단 한번의 식사로 채용하면서  이 '엄청난' 자리에서 잘 해낼 적임자라고 생각하신걸까. 난 그럴 깜냥이 안되는데. 내 코가 석자라고.



다섯 명의 스케줄을 관리해야 한다니


지난 3주가 정말 순식간에 흘러갔다. 관리할 팀원이 네 명인 것도 챌린지인데 심지어 새로 생긴 팀이다. 아무런 시스템이 없다. 내 본업인 PR은 제대로 신경도 못 써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대행사 시절에 단련된 내공으로 웬만큼 일이 많은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했었는데, 팀장의 자리에서 일이 많은건 차원이 달랐다. 내 일만 쳐내면 되는게 아니라 팀원들의 모든 일을 관리해야 한다는건, 시간도 신경도 무지 쓰이는 일이다.



"나도 팀장이 처음이야"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건 관리자로서의 내 태도다. 업무적인 능력은 당연히 없고 간단한 비즈니스 매너조차 모르는 이 친구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


유난히 불친절했던 사수 때문에 불행했던 내 신입 시절을 떠올리며 '최대한 친절하자'고 마음 먹다가도 '혼낼 때는 혼내야해'라며 신랄하게 에디팅을 한다. 그러고 뒤돌아서면 혹시나 상처 받았을까 슬쩍 눈치를 보기도 하고, 거의 탈진 상태의 표정들을 모른척하고 데드라인을 빡세게 줘버리기도 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줘가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동기부여까지 해야 한다'는 팀장 역할의 정석은 머릿 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막상 해보려니까 쉽지 않다. 나도 배워가는 중이다. 고로 초짜 팀장 밑에 있는 너희도 고생이 많다. 



다른건 몰라도, 밥은 자주 먹자


다른건 몰라도 한 달에 한번 맛있는 점심은 꼭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사줘야 할 애들이 넷이라 자주는 못먹지만). 내가 신입이었던 시절, 직속 사수는 내가 거길 다니는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단 한번도 밥을 사주지 않았다. 꼭 얻어먹겠다는 생각이 있었던게 아니라 그들과 인간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반면 직전 회사의 팀장과 나는 밥을 자주 먹었다. 일을 함께 하는 관계에서 트러블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화가 많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이별을 했더랬지.


그래서 나도 밥 하나는 꼭 지킬 생각이다.




아, 어쨌든,

불금이다!

다음주에도 잘 지지고 볶아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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