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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Jun 15. 2017

갑작스런 퇴사

또 새로운 시작

또 한번의 이별이다.


사람 일이 한치 앞도 모른다더니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퇴사를 하게 됐다. 정리를 마치고 나와 회사 앞 카페에서 숨을 고르고 있자니 시원섭섭보다는 그냥 섭섭하다.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해주던 동료들을 보자니 내일도 여기 논현동으로 출근해야 할 것만 같다. 내 자리는 계속 남아있을 것 같은데. 벌써 그리운데 어쩌지.




5월 말에 여러 회사들로부터 접촉이 있었다. 그 중 한 회사와 인연이 닿았다. 제시한 조건도 파격적이었지만 무엇보다 하려는 일이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다. '그냥 얘기나 들어보자'며 만난 대표와의 식사 후에도 머릿속을 채웠던 한가지는 '진짜 재미있어 보인다'였다. 기존의 금융 PR을 할 수 있으면서 여행 쪽 콘텐츠를 제작해 볼 수 있는 일이니 직무적으로도 이보다 더 안성맞춤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지금의 회사와 연봉협상도 그럭저럭 잘 됐고, 무엇보다 지난 일년간 고생고생하며 세팅해 놓은 모든 것들이 아까웠다. 회사 규모에 비해서 언론홍보를 잘한다는 평을 종종 들을 정도로 입지를 다져놨기 때문에 앞으로는 안정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모든 것이 익숙해져서 편하기도 하고, 팀과도 합이 잘 맞는 상태였다. 하지만 내 결정은 언제나처럼 감정을 따랐다.


안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일을 벌이는 내 성격이 문제다. 지금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여기서 지난 14개월간 해왔던 것들을 다시 해야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번에는 언론홍보만 담당하는 직책이 아니라 'PR&Content Manager'다. 새롭게 배우고 부딪혀 나가야 할 일이 산더미다. 새 회사의 대표님은 또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게. 잘해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그제 고열을 동반한 스트레스성 장염까지 앓았다.



버릴 게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이라면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거다. 대행사를 나올 땐 정말 후련했다. '어딜 가도 여기보단 낫다'는 확신에 차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이런 회사를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다음 회사에서 정말 잘하고 싶다는 부담감이 먼저 생긴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선택 끝에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



누가 들으면 복에 겨운 소리다. 이렇게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또 다른 좋은 회사에서 잡오퍼를 받을 수 있다니.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나도 감사하고 있다. 고생만 하다 간다고, 우리 회사가 이렇게 알려진건 다 땡땡씨 덕분이라고, 너무 아쉬워 하면서도 진심으로 나의 커리어를 응원해준 대표님, 팀장님 외 다른 회사 식구들에게 눈물나게 고맙다.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지만 지금의 인연이 귀한 끈이 되어 나중에 서로를 위한 행운으로 쓰이기를.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펼쳐칠 나의 세번째 이야기도 화이팅!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내 행복을 위해 살기

회사 앞에서 마시던 맥주 한잔. 그리울거야.




새로운 곳에서 펼쳐질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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