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에 대한 로망, 그리고 장단점
지난 5월, 회사가 위워크로 이사했다.
꽉채운 3개월동안 공유오피스에서 살아본 후기-
원래 우리 회사는 업무지구가 아닌 곳에 있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회사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는 강남, 여의도, 광화문, 을지로, 하다못해 마포...도 아닌 곳에 있었다는 뜻이다.
회사 주위는 모두 빌라와 주택. 심지어 역에서도 멀어서 버스를 타지 않으면 15분 이상을 걸어야 했다. 영하 17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겨울에는 차로 출퇴근하는 이사님이 "20분까지 XX역 앞 3명!"을 텔레그램으로 외치면 선착순으로 차를 얻어타고 회사에 오는... 참으로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곤 했었다.
그러나 직원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아무리 다닥다닥 붙어 앉아도 더이상 자리를 뽑아낼 수 없게 되자 대표님은 중대결정을 했다.
이사갑시다.
광화문 위워크로.
아악!!!!!!!!!!!!!!!!!!!!!!!
꺄악!!!!!!!!!!!!!!!!!!!!!!!
진심으로 이때 직원들의 함성소리란... 얼마 전 한국이 독일전에서 기적의 두골을 넣었을 때의 그것과 흡사했달까...? 열댓명의 여성중심 조직이 진심으로 기쁜 일을 맞닥뜨렸을 때, 얼마의 데시벨을 뽑아낼 수 있는지 아시나요...?
그렇게 우리는 날씨 좋은 봄날 이사를 했고, 위웤라이프를 즐기는 중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삼성, 역삼, 서울역, 여의도 등지에 있는 위워크는 모두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광화문점보다 먼저 생긴 을지로점도, 이제 곧 오픈한다는 종로타워점도 접근성이 최고다. 광화문 위워크 역시 광화문역, 안국역, 종각역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특히 금융부 기자들을 만날 일이 많은 나(=홍보담당자)에겐 최적의 위치다. 기자미팅을 걸어서 5분 거리 디타워에서 할 수 있는 삶이란...? 진.심.최.고.
게다가 위워크 멤버라면 각 지점의 위워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오늘 역삼에 미팅 갈 일이 있다면 노트북 들고 갔다가 역삼점에서 일하면 된다.
위워크에서 일해보니 마치 내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직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입주사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젊고 스타일도 자유롭다. 모든 사무실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옆방 직원들의 모니터를 염탐할 수 있으며 오며가며 잘생긴 남자가 있는지 스캔할 수도 있다. 오픈된 라운지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 실리콘밸리 느낌이 물씬 난다.
Q. 여기서 잠깐! 위워크 내의 썸이란?
다들 이게 궁금했다는걸 안다...
내가 위워크로 간다 했을 때 남친이 없는 내 친구들은 내가 무엇이라도 물어다주길 기대했다.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두눈 치켜뜨고 샅샅히 보라고 했다. 1일 1회 라운지 투어를 하라나. 분명 있을거라고 거기도 없으면 이 조국엔 미래가 없다고.
3개월이 지나도 영 반응이 신통치 않자 물어올게 없으면 니가 썸을 타는 것도 괜찮다느니, 니가 못하면 너희 직원들 썸탄 얘기라도.... 하다못해 그냥 잘생긴 사람 뒷 이야기라도....
하지만.... 애석하게도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운명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뭐, 나는 남친 있으니 제외한다 하더라도, 솔로인 친구들도 아무런 일이 없다. 심지어 위워크 내에 우리회사만큼 (예쁜) 여자들이 많은 회사가 없는데 말이지? 다들 개발자가 많아 남자 천지인 와중에 이리 아리따운 20대 여성들이 열명 넘게 있건만(대표님은 위워크가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왜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가?
그러니 위워크 내에서의 '낭만적 연애'에 대해서는 기대를 낮추는 것이 좋다^^^^
이건 위웤에 오기 전에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생각보다 위워크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나 강연, 네트워킹의 기회들이 많다.
얼마전에는 막걸리파티가 있어서 낮술을 냠냠 먹었다. 전은 우리회사가 제일 많이 먹은 것 같다. 가수들이 와서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역삼2호점에서는 '사와디캉스'가 열려 바캉스를 안가고도 동남아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하고, 선릉점에서는 훈남 바리스타가 커피 브루잉 세션을 진행했다고 한다. 입주사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열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자유롭다.
월요일 아침에는 간단한 아침식사도 준다. 베이글이나 후무스나 샌드위치 같은 것들! TGIM이라고 'Thanks God It's Monday!'의 약자다. 내가 위웤을 가장 사랑하게 되는 시간.
모든 이벤트는 앱으로 실시간 공유된다. 누구나 참여가능!
일단 커피와 차, 맥주4종이 무료다. 맘껏 마실 수 있다. 우유와 두유도 준비되어 있어 아침마다 아이스라떼를 만들어 먹는 것은 출근의 필수 코스! 프린터도 공용으로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건 청소를 해준다는 것! 쓰레기통도 다 비워준다. 매일 막내들이 음식물쓰레기며 각종 분리수거를 처리해야했던 과거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
전체 입주사 규모에 비해 회의실이 부족하다. 그래서 회의를 할때마다 회의실을 예약해야 하는데 무제한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각 회사마다 크레딧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그 크레딧이 좀 넉넉하지 않다. 그래서 저번달에는 외부미팅용으로 크레딧을 아껴놓느라 라운지를 배회해야 했다.
프린터 역시 컬러와 흑백에 정해진 크레딧이 있는데 좀 짠편이다.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몸이 천근만근... 점심시간 땡 되면 어딘가에 눕고 싶은 날...
그러나 위워크에는 누울 곳이 세개 층 통틀어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위의 웰니스룸... 그나마도 30분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그렇다고 라운지에 널부러져 있을 수도 없고, 사무실은 다들 최소 공간을 쓰고 있어 쇼파를 놓는건 사치. 그래서인지 점심시간 폰부스는 항상 낮잠 자는 사람들로 가득차있다.
우리에게 프라이빗한 공간을 달라...
이렇게 위워크(WeWork) 라이프를 정리해봤다. 장점은 4개인데 단점은 2개밖에 없으니 매우 만족스러운 셈이다.
무엇보다 위워크의 젊고 힙한 분위기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뭔가 내가 서울의 가장 핫한 중심지에서 가장 핫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여기계속있고싶어요대표님
#종로타워점도좋대요
#을지로점도대환영
위워크 내 잘생긴 사람 발견 또는 썸 발생시 후기를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