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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May 08.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길 위의 사람은

아침이면 가방을 싼다.

금방이라도 떠날 수 있게 남은 짐을 정리한 가방 단정하게 잠그고 나선다. 

청소하는 분들이 내 궁색한 여정의 보따리를 보게 될까 민망해서다.

 작은 배낭하나를 메고 하루종일 다니다 들어와서 다시 가방을 푼다.

세면도구를 욕실에 정리하고 잠옷을 꺼내어 입고 그날 세탁할 옷가지를 부지런히 빨아서 큰 수건으로  감싸고 밟아  간이 탈수를 한 다음 히터 앞에 널어두면 다음날 아침엔 뽀송하게 말라있다.

 아침이면 다시 정리하고 짐을 싸서 가방을 잠그고 나간다.

여행자의 일상이 더 부지런한 긴장의 연속이다. 좋은 점은 조식이 있어 아침이 편해진다.

남이 해주는 맛있는 식사를 하면 된다.  

아파트 호텔은 사정이 좀 느긋하다.

세탁기도 있고 주방도 있어서 그냥 좀 늘어놓고 다녀도 요청해야 청소하러 들어오니 일일이 가방 쌀일은 없다.

대신 식사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장을 봐오기도 해야 한다.

 아침식사도 챙겨 먹고 저녁거리도 만들어야 한다. 

더 현장감 있고 사는 것 같다.

장이 열리면 사람들 틈에 끼어 나도 더 큰 걸로 달라고 몇 마디 외친다.

어설픈 불어가 효과를 낼 때는 사과 하나쯤은 덤이다.

치즈며 쏘시옹을 무게로 달아 파는 곳에서는 맛보기가 필수다.  

주는 데로 먹다 보면 안 사도 될 것 같은 포만감이 들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만 주세요를 연발하며 골고루 사게 된다.

도시락을 싸기도 하고 파스타를 만들 때도 요긴하다. 이름은 어려워도 일단 남프랑스 수제 치즈다.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맛을 내지만 내게는 그냥 치즈다. 단백질 공급원 중의 하나.

같은 맥락으로 햄이나 계란도 사고 애호박과 양파도 산다.

넉넉히 가지고 온 고추장으로 찌개를 만들어 먹기 위해 고기도 조금 산다.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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