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그리고 마음의 간격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살피는 연습
새해 첫날이라 오랜만에 아이들과 천천히 아침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어느새 집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숨바꼭질 놀이에 푹 빠져 있다.
큰아이는 방구석 안 보이는 곳으로 재빠르게 몸을 숨겼고, 둘째는 ‘숨는다’는 개념이 낯선지 두 눈을 손으로 가린 채 그 자리에 납작 엎드린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킥킥거리며. 마치 “내가 안 보이니까, 너희도 나 못 보겠지?” 하는 듯한 표정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이불속에 얼굴만 파묻고 키득이는 모습도 천진난만함이 고스란히 드러나 한동안 그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던 차에 문득, 우리 어른들도 친밀한 관계에서 이처럼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이 정도면 이해하겠지” 하고 내 입장만 고집해버리거나, 상대방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런 와중에도 내 모습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는 정작 신경 쓰지 못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는 ‘자기 객관화’라는 점이다. 숨바꼭질 놀이처럼 “나는 어디에 숨어 있고, 상대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하고 잠깐 멈춰 보는 거다. 아이들의 모습이 동화책처럼 펼쳐지던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다. 어머니는 종종 “너는 지금 왜 그렇게 화가 났니?” 하고 물으셨는데, 그때는 귀찮았어도 돌아보면 내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깨닫고 어머니가 내 마음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걸 알게 해 준 소중한 질문이었다.
새해에는 이렇게 스스로를 한 걸음 떨어져 살펴보고 가족이나 친구의 마음도 함께 바라보면 어떨까? 아이들처럼 맑은 웃음을 잃지 않되, “오늘은 어땠어?” “어떤 기분이 들었어?” 같은 짧은 대화를 자주 나눠보는 거다. 그 사소한 질문과 답이 쌓이다 보면 보이지 않던 서로의 속마음까지 어느새 또렷이 보이기 시작할지 모른다.
나만 안 보이면 된다고 여기기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고, 무엇을 함께 공유하고 있지?”를 질문해 보는 태도가 더욱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새해 첫날처럼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까운 이들에게 한 뼘 더 열린 눈을 가져보자. 이러한 작은 시도와 배려가 켜켜이 쌓이다 보면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풍요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서로를 바라보려는 작은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변화가 우리가 진정 바라는 새해의 모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