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에서 찾는 교육의 본질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7세 고시'라는 말이 등장했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유명 영어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이른 나이부터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영어 교재는 레벨별로 정해져 있고, 단어장은 학년별로 암기해야 할 분량이 정해져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은 이러한 획일화된 교육 현실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밀은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우고, 8살에 라틴어를 시작했다. 언뜻 보면 지금의 조기 교육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철학과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밀의 아버지는 교육의 목적을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두었다. 그는 아들에게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직접 알려주지 않았고, 항상 이해가 선행된 후에야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밀의 독서 목록을 보면 그의 학습이 얼마나 체계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읽은 이솝 우화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전달하는 데 적합했다. 이어서 읽은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는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서술한 작품이다. 8살이 되어서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서 전체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13살에 이르러서는 플라톤의 '고르기아스', '프로타고라스', '국가'와 같은 철학서들을 읽으며 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와의 대화였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전날 읽은 내용을 토론했는데, 이는 단순한 독서 점검이 아니었다. 밀은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설명하고, 아버지는 그 과정에서 문명, 정부, 도덕, 정신적 성장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대화는 밀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한국의 영어 교육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분명해진다. 아이들은 정해진 교재를 순서대로 읽어가고, 시험에 나올 만한 단어들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학원에서는 모의고사 점수를 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영어는 점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부모와의 대화는 성적 확인과 다음 학원 스케줄 조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밀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적 제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언어 학습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시험 점수가 아닌, 사고력과 교양을 기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둘째, 아이의 관심사와 수준에 맞는 의미 있는 콘텐츠를 선택해야 한다. 영어 원서라면 단순한 동화에서 시작해 점차 역사,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확장해갈 수 있다. 셋째,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책의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생각을 경청하며, 더 깊은 사고로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7세 고시'로 상징되는 현재의 교육 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밀의 교육 사례는 200년도 더 된 것이지만,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교육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나 또한 내 아이의 교육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정말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영어 학원을 보내고 학습 진도를 체크하는 것에만 집중한 것은 아닌가? 밀의 아버지처럼 아이의 사고력 발달을 돕는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 앞에서, 나는 부모로서 더 깊은 성찰과 실천적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진정한 교육은 성적표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