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이 비싼(?) 이유

자연주의 출산으로 가는 길

by 유이배


자연주의 출산을 잘 모를 때 드는 의. 대체 자연주의 출산은 왜 비쌀까. 자연주의라면서 말이다.


자연주의 출산에는 대략 200~300만 원 선의 비용이 들어간다. 보통 일반 병원에서 자연분만을 하면 30만 원(1인실 비용 생략) 선의 비용이 들고,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100만 원 선이니 상대적으로 꽤 비싼 금액이긴 하다.


비용은 치를 전제한다.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게는 두세배 많게는 열 배도 더 드는 비용을 지불한 것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란 과연 무엇일까. 솔직히 약물도 최소한, 의료진 개입도 최소한이라면서 비용이 더 높은 점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 더 논리적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나 역시, 처음에 잘 이해가 가지 않은 대목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러나 주변에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몇 안 되는) 이들에게 '비용'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해보면 알게 된다'는 묘한 표정과 함께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줬다. -그들을 홀린 그 가치에 대한 호기심도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2019년 7월 25일. 41주 0일. 드디어 나는 자연주의 출산으로 둘째를 낳게 됐다. 예정일이 일주일이나 지났기에 기다림이 길었던 만남이지만, 그 시간들 속 걱정들이 모두 무색하게도 둘째는 3시간 반 만에 숨풍 태어났다.

병원에서의 2박 3일을 지내고 퇴원 수속을 밟는 우리에게 건네진 명세서. (긴장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욕조와 침대를 오가며 진통하다 출산 계획서에 써진대로 수중분만까지 한 우리의 두 번째 출산은 대략 260만 원이 들었다. 첫째 출산 때 30만 원도 안 되는 비용이 들었으니 거의 9배 높은 금액인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definitely Yes! 다.


먼저 경험한 이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던, 직접 겪지 않고는 결코 모를 것들. 그러나 겪게 된다면 누구보다 확신할 수 있는 것들의 가치가 내 두 번째 출산에 있었다.


우선, 의료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의료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었다. 조산사와 간호사들은 수시로 내가 진통하는 방에 와서 내 출산의 진행을 도왔다.


난 지금도 그날 내 출산의 8할은 조산사가 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3시간 반만의 순산이 가능했던 것도 그녀 덕분이었다. 내진으로 진통 시간을 단축시키고 도중에 아이가 옆으로 돌아있을 때 (사실 이때 내가 일어서서 걸었더라면 금세 방향을 잡았을 텐데, 진통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내 다리의 위치를 바꾸고 압박해 아이의 자세를 바꾼 것은 그녀가 해준 것이다. 회음부 열상 주사나 절개를 잘하지 않는 자연주의 출산은 회음부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막달에는 회음부 마사지를 권유하는데, 난 사실 제대로 할 여력이 안됐다. 첫째가 밤늦게 잠들어 마사지를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산 당일 조산사가 해준 마사지는 큰 힘을 발휘했고 아이 머리가 나오기 직전까지 피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내가 진통하는 내내 곁에서 지켜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해줬다. 불필요한 의료 개입은 최소화되었지만 정말 필요한 의료적 행위들은 적극적으로 제시간에 이뤄진 것이다. 적절한 시점의 적절한 개입은 의료진이 나의 전담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반 병원이었다면 가능했을까? 간호사 1인당, 의사 1인당 맡아야 하는 환자 수가 많은 공장 같은 병원에서?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개개인의 출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위해 의료진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제한되어 있다. 내가 선택한 병원 역시 매달 환자를 30명으로 제한해 받고 있었다. 입원실도 네다섯 개에 불과했다. 병원의 수익을 생각한다면 산모를 무조건 많이 받는 것이 맞겠지만(그리고 대다수 출산 병원이 그런 선택을 하고 있고) 산모 개인에게 철저히 집중해야 하는 자연주의 출산 병원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다만, 산모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즉 의료진의 인건비)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산모는 자신이 원하는 출산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고 의료진은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 실현시켜 주려 한다는 점에서, 즉 꿈에 그리던 출산을 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비용은 결코 아깝지 않다.


실은 그 어떤 병원에서도 환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경험을 하기란 어렵다. 산모가 환자는 아니지만, 산모 역시 병원에서 출산을 할 때 의료적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하기란 어렵다.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병원에서 출산 직후 조명을 낮춰달라거나 캥거루 케어를 충분히 하고 싶다거나 하는 요구를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장처럼 바삐 돌아가는 시스템을 깨야 하는 것은 시스템에 충실한 이들에게는 늘 민폐가 될 지가 있다.

비슷한 맥락인데 내가 감동을 받은 또 다른 점은, 의료진들이 내 개인의 출산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줬다는 것이다. 사실 출산은 지극히 감정적인 일이다. 아니, 감정적이어야 정상인 일 아닌가.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에서는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불편해지는 순간이 분명 있다.


두 번째 출산에서 우리는 의료진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낳은 이후의 감격도 모두 그들과 함께 나눴다. 출산의 감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데 의료진들은 할 일 하나 끝냈다는 표정으로 퇴장했던 기억이 있는 우리로서는 더더욱 큰 감동이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적어도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이 선택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무통주사 맞고 통증을 줄여 편하게 출산할 것인가 무통도 맞지 않고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아이를 낳을 것인가의 카테고리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적은 비용을 치르고 많고 많은 환자 중 한 명이 될 것인가, 아니면 비용을 제대로 치르고 내 출산을 존중받고 축복받을 것인가의 문제였다. 후자를 선택한 우리들은 황홀한 출산에는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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