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하면 듣는 이야기들

자연주의 출산으로 가는 길

by 유이배

제 우리 부부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로 마음을 완전히 정했고, 병원까지 확정했지만 주변에 알리는 것은 최대한 나중으로 미뤘다. 특히 친정에는 아직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구태여 알리지 않다가 임신 후반기에 들어서서야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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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하면 듣게 되는 이야기는 뻔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몇몇 지인들에게는 자연주의 출산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99%는 반응이 이러했다.


"대체 왜?" "무통주사 맞으면 통증도 못 느끼고 그냥 낳을 수 있는데 왜?"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해서 요즘은 제왕절개가 더 안전하다고 하는데 굳이 왜?"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사람들이 무통주사 맞으면 통증이 없다는 것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냥 무통 맞고 낳아. 왜 그런 짓을 하려고 해"라며 적극적으로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무통주사의 부작용에 대해 읊는 것은 딱히 의미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확고함이 나를 설득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바라는 출산의 이상향이 그들을 설득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나도 그들도 서로가 옳다고 여기는 출산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래도 막상 저런 말들을 반복해서 들으면 스스로에게 또 한 번 묻게 된다. 이렇게나 낯설고 또 누군가에게는 어이없는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는 자연주의 출산을 나는 왜 하려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저 나의 출산이 나의 의지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 가장 크다. 내가 낳는 아기가 가장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축복받으며 세상에 첫 발을 디디는 광경을 느끼고 싶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아기와 한 팀이 되어 출산의 고통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고 함께 극복해보고도 싶다.


첫 아이 출산 역시도 감동과 감격이었지만, 짧은 캥거루 케어의 순간만이 그랬을 뿐 대부분은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 가운데 내던져진 느낌이 들었다. 나의 출산, 나의 아이인데도 나의 것이 없는 듯한 공허함이 들었던 것이고, 그 공허함이 결국은 당혹감으로 찾아와 나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주의 출산을 하게 된다면 의료진들은 내게 찾아와 지금의 진행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줄 것이며 나는 그 속에서 내가 주체가 되어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수술이 되거나 다른 방식이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출산 자체가 통증, 두려움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또 남편과 함께 하는 과정이 된다는 것 자체도 벌써부터 나를 설레게 만든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신생아실로 가지도 않고 내 곁에서 출산 이후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쏙 든다.


물론 힘들 것이다. 출산 후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모자동실에, 조리원도 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직행할 예정이니 나는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곧바로 육아 전쟁에 돌입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도 출산 후 2박 3일 병원에서 수유 콜만 받다가 조리원 2주 동안도 별 다를 것 없는 수유 콜의 일상만 반복하다 집에 와서 육아를 하는 것보다, 제대로 알고 곧바로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산후도우미의 도움은 받을 예정이다)


내 이런 생각들이 워낙에 확고하니, 주변에서 아무리 "그냥 정상적으로(?) 낳으라"라고 말한들 귓가에 잘 꽂히지는 않았다. 다만, 자연주의 출산 자체를 오해하는 일부의 인식과 맞부딪힐 때는 좀 속상하긴 하다. 다행히 아직은 주변에 많이 말을 하지 않은 탓에 실생활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간혹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자연주의 출산을 굉장히 원시적이라고 생각하거나 괜한 것에 현혹된 무식함으로 간주하는 폭력적인 언어들도 발견하게 되곤 한다.


글쎄, 과연 그럴까. 다만 출산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를 둔 지점이 다를 뿐, 나의 자연주의 출산 역시도 병원에서 이뤄지며 의료진의 적절한 통제 하에 일어날 예정이다.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의료진의 의료적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동의 하에 내가 원하는 방식이 최대한 존중받을 뿐인데, 이를 오해하고 넘어서 폭력적인 언어로 모욕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누군가 주변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말하면 무통주사의 효과나 일부 부작용에 대해 강력하게 설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그들이 그 모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이미 당신만큼 충분한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하면 된다.


매도하고 비난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편협한 정보를 근거로 타인의 선택에 대해 비웃을 필요는 없다. 도리어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부부들이 가진 정보들이, 당신이 가진 정보들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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